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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png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빵, 그래 난 빵이 좋다. 미식가에서 한참 먼 나로선 맛을 잘 표현할 재주는 없다.

다만 그냥 빵이 맛있다. 빵 맛에 눈을 뜬 것은 오랜 유학 생활 덕이다. 다시 한국에 와서 좋은 점이

수도 없이 많지만,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맛있는 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빵집은 많다. 아니, 너무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거대 체인 회사의 지배 속에서 유사한 빵만을

접할 뿐이다.

그런데 그리움을 달랠 방도가 최근 생겼다. 지금 사는 곳은 홍대 근처다.

집은 직장에서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이사한 후에 본격적으로

동네 탐방을 다녔다.그러던 중 사람들이 줄지어 선 것을 보았다. 빵집이었다. 매우 좁은 매장,

하지만 커다란 작업 공간이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줄을 서서 빵을 몇 개 골랐다.

종류도 많지 않았다. 대략 십여 가지 되려나? 비싼 가격에 놀랐지만, 냄새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 후에 우리 가족은 단골이 되었다. 단골치고는 방문이 인색하지만….지난 주말 오랜만에 다시

그 줄에 합류했다. 길거리에 줄을 서면 일종의 도우미가 있다. 보통 줄서기도 도와주고, 이 가게

빵의 특성과 보관 방법 등이 담긴 유인물도 나눠 준다. 그날은 제빵사 모자를 쓴 청년이 도우미였다.

그 청년과 우리 뒤 손님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었다. “혹시 잠실의 ○○빵집이 여기 체인인가요?”

“아닙니다. 이 가게는 체인이 없습니다.”

“저는 잠실에서 빵 사려고 왔거든요. 이렇게 인기가 좋은데 왜 체인점이 없죠? 그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텐데.” “그러면 제가 원하는 품질을 유지할 수 없어서요.”

그랬다. 제빵사 모자를 쓴 청년은 그 집 사장이었고, 체인점이 없는 이유는 빵의 품질에 대한 고집

때문이었다. 그런 고집에 가끔 골탕을 먹곤 한다. 어느 날은 헛걸음을 했다. “반죽이 잘못되어서

오늘은 판매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닫힌 가게 문에 붙어 있는 문구였다. 돈을 앞선 고집이

보이는 사죄문이었다. 물론 고도의 상술일 수도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상관없다.

이 정도 품격 있는 상술에는 당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굿모닝~!!!!

그냥 사는 것은 쉽습니다. 누군가는 '조금만 비겁하면 세상은 즐겁다'고 합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인들에게 고개 숙일 수 없다고 세수할 때도 고개를 뻣뻣이 들고 해서

옷섶이 다 젖었다고 했습니다. 품격을 지키면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바둑 프로들은 아무리 용을 써도 확실하게 반집이라도 진 것을 알면 계가하지 않고 투석합니다.

형편없는 아마츄어는 수 십 집이 모자람을 알고도 끝까지 다 두고 나서 졌다고 선언합니다.

'혹시나 상대방이 실수할 수도 있겠지.'하며 기다렸다는 것이죠.

사는 것은 품격입니다.

야비하게 술수를 쓰고, 강자 앞에 헤헤거리고 두 손을 싹싹 비비고 사는 것은 품격 있는 사람의

태도는 아닙니다.

야곱은 바로 왕 앞에서 "내 나그네 길의 나이 일백 삼십 세이오나 험악한 인생을 보내었나이다."

라고 고백했습니다. 어느 누가 순탄한 인생을 살았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인생 자체가 힘들고 험악합니다. 그러나 살기 힘들다고 비굴하거나 초라해 져서는 안되겠습니다.

인생은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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