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의 아침편지-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1

by skyvoice posted May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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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jpg

언젠가 폭풍우가 세게 불어 우리 집 판자 울타리가 넘어졌네.

몇날 며칠씩이나 술에 만취되어 한밤중에야 들어오시는

아버지는 그걸 고칠 생각도 않고, 술이 미쳐 깨시지도 못한채,

쓰러진 울타리를 저벅저벅 밟고 출근 하셨네.

수양버들처럼 몸이 휘청이는 병약한 엄마가 참다못해

세든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그걸 일으켜 세우셨네.

어린 남동생과 나도 옆에서 도왔네.

판자 울타리는 한쪽을 일으켜 세우면 또 다른 한쪽이 연달아 쓰러지곤 했네.

 "네 아버지를 봐라. 무심도 하지."

어머니가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뒤꼭지에 대고

깊은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셨네.

미루나무처럼 빨리빨리 커서

내가 아버지 대신 엄마의 울타리가 되어드려야지.

우리 앞집의 붉은 벽돌같은 생전 무너질 것 같지 않은 든든한 울타리가.

빨간 줄장미로 뒤덮인 그집 울타리에선 달콤한 장미 냄새가 동네가

떠나가도록 진동했네. 우리 집과는 전혀 다른 장밋빛 삶의 냄새가.

나는 한숨을 쉬면서, 내가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그 높고 든든한 울타리를 망연히 바라 보았네.

-양정자(1944년생,시집<아내일기><아이들의 풀잎노래><가장 쓸쓸한 일>-

  

굿모닝~!!!!

어느 누구에게나 아버지의 추억이 있습니다.

제 선친은 마흔아홉에  열한살된 저를 두고 이승을 떠났습니다.

제 위로 딸이 셋, 제 밑으로 딸이 셋. 샌드위치 같은 저를 끔찍이도 아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멋쟁이셨던 선친은 건설업사장답게 정장 코트에 중절모 쓰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얼마 전 일흔 넷 되신 사촌 형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가 나이들수록 아버지를 닮아간다고 웃었습니다.

치아가 가지런하고, 미남배우 같은 아버지를 일찍 여윈 것은 아픔이지만 저보다 더 일찍 아버지를 여윈 분, 아니 얼굴도 보지 못하고 태어난 분들에겐 저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존재해 있었다는 것, 그것 하나 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