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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손.jpg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굿모닝~!!!!

지난 2 주간은 60평생 동안 처음으로 된통 몸이 아팠습니다.

가벼운 감기기운인가 싶었는데 운신을 못할 정도로 앓아누웠습니다.

와중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머무시는 엘에이까지 갈 수 있을

까 싶을 만큼 몸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전화가 왔던 목요일의 내용은 그날 밤이나 금요일

새벽이면 운명하신다는 의사의 진단이었습니다. 마당발 사촌 형은 서울과 시카고에 전화해서는

“올 필요 없다. 비행기 타고 올 돈이 있으면 그 돈 만큼 부쳐라. 여기서 다 알아서 하겠다.”는

전갈입니다.

내 어머니인데... 여유 없는 날짜의 비행기는 값이 비쌉니다. 슬하에 6녀 1남을 두신 어머니,

오직 하나 뿐인 아들은 부랴부랴 여행사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금요일 아침 비행기로 떠났습니다.

오후 3시 반 경에 비행장에 도착해서 트래픽으로 인해 오후 6시 경에 누나 집에 도착했습니다.

손을 만져보니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혼수상태에 들어가서 눈을 뜨지도 알아보지도 못하지

만 서울에서 온 딸들, 손자들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는 알아듣는지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물을

흘리셨답니다.

아들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숨소리는 정상이었습니다.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 날 저녁, 손에 피가

안도는지 온기가 사라지고 있었고, 눈을 삼분의 일쯤 뜨시고는 눈물이 고이셨습니다.

저녁 9시가 넘자 간호사는 곧 운명하실 것 같다며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예배드릴 겨를도 없이

어머니의 애창곡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를 4절까지 부르고 불렀습니다.

네 번째 부를 때 숨을 거두었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눈물을 참았습니다. 어머니는 울지 말라고 유언을 하셨습니다.

 

아들이 예수를 믿기 시작한지 얼마 안 있어 어머니도 개종을 하셨습니다. 아들이 목회자의 길을

가겠다니까 매일 새벽기도를 하시고 성경을 가까이 해서 3번이나 신구약 성경을 필사했습니다.

마흔 셋에 지아비를 여의고 50년을 수절하며 7남매를 키워 오신 어머니.

7남매가 다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도록 뒷바라지 했습니다. 집 한 채 있던 것은 어머니의 외사촌

오빠의 꾐에 빠져 빌려주었다가 날려버렸습니다.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시집 와서 사회 경험이

전무 하신 어머니는 자식들 먹여 살리시느라고 온갖 장사를 다했습니다. 돈이 좀 있을 때는 강원

도에 가서 어류를 떼어 서울의 도매 시장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경험이 없다보니 사기를 당하고

돈을 떼이기도 했습니다. 돈이 떨어졌을 때는 머리에 과일을 이고 행상도 했고 콩국수 장사도

했습니다.

그러나 철부지 아들은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유언도 있었지만 변변치 못한 아들 덕에 묘지 하나 쓰지 못하고 화장했습니다.

장례예배에는 70여 분이 참석했습니다. 어머니가 다니던 교회 식구들, 미국에 사는 친척들,

교단 목회자 여덟 분이었습니다.

가슴까지 아프게 울리던 기침은 많이 진정 되었지만 2주가 다 된 지금도 몸이 개운치 않고 머리가

띵합니다. 와병과 어머니의 장례식으로 열흘간 아침편지를 쉬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기다렸을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흔 셋, 천수를 누리고 가셨지만 마음 한구석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살아생전에  잘 해드리지 못하고 내뜻대로 안될 때 버럭 소리를 질렀던 지난날이 참으로 죄송스럽

습니다.

어머니, 용서를 빌지 못하고 보내드렸습니다. 그래도 용서 하실 거죠?

어머니, 아픔도 고통도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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