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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영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할머니는 시장 골목을 느릿느릿 걸어가며 콩나물도 사고, 도토리묵도 사셨습니다. 한참 뒤따라가는데

자꾸 부스럭 소리가 들렸습니다. 할머니가 엿장수 수레에서 울리는 트로트에 맞춰 작은 움직임으로

어깨춤을 추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박자에 맞춰 소리를 냈던 것입니다.

 

나는 시장 한쪽에서 쉬고 있는 엿장수에게 다가가 엿 한 봉지를 사서 할머니께 드렸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할망구 이거 하나 잡숴” 하고 상추 팔던 할머니에게 엿을 내밀었습니다.

이후 쑥 팔던 할머니에게도, 피망 팔던 할머니에게도 엿을 나눠주셨습니다. 채소 시장을 한 바퀴 돌아

오신 할머니 손에는 달랑 엿 두 개가 남았습니다

.

“할머니, 호박엿 좋아하시면서 왜 그렇게 몽땅 나눠주셨어요. 조금 남기고 주시지.”

“아까 니 엿 사고 있을 때 고 옆에 상추 팔던 할망구가 니 손 우에 엿 쪼가리를 요리조리 한참

쳐다보다고마 상추만 한 개 뜯어 갖꼬 목구멍을 채우는 기다. 그런데 우찌 안 주겄노. 상추 할매가

묵으믄 피망 할매도 한 개 묵고 싶은 기라. 사는 게 지 입만 챙기는 게 아인 기라. 남의 입도 비었는가

한번 봐주갑시로 살아야 내도 맘 놓고 덩실덩실 춤추며 사는 기라.”

 

나는 할머니가 왜 그렇게 느리게 사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내 앞만 보고 달리면 주위는 뭉개져서

하나도 안 보입니다. 그렇게 살면 달리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춤춰볼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그냥 행복한 느림보로 사셨던 겁니다.

 

-정유연 / 인천시 연수구-

 

굿모닝~!!!!!

바둑에는 지공(遲攻)이라는 공격법이 있습니다. 타이트하게 압박하는 수가 강력한 수법으로 알고 있는데

한 템포 늦춰서 가는 것이 의외로 정수가 되는 경우입니다.

바삐 삽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눈코 뜰  여유가 없이 돌아갑니다. 급하다 보니 일을 저질러 놓고

뒤늦게 후회 합니다.

미국에는 아미쉬 족이라고 있는데 교통수단은 마차에 복장은 치렁치렁한 옛날 복장에 전기와 같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며 사는 무리들입니다. 가끔 그들이 그리운 것은 느림의 미학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둘러보면 사람이 보입니다. 둘러보면 사람들의 필요가 보입니다. 내 앞가림하기 바빠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둘러보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함께 어울려서 사는 것이 사람 사는 정입니다. 느리게 가면 옆 사람의

한숨소리가 들립니다. 긍휼의 눈으로 보면 눈물이 그렁그렁한 이웃이 보입니다.

바쁜 세상일수록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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