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0.42) 조회 수 24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생선가게.jpg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시장 어귀에 줄줄이 늘어선 좌판들 틈에 어머니의 생선가게가 있습니다. 가게라지만 사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길목에 한 뼘도 안 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좌판입니다. 어머니는 길거리에 생선박스를

내려놓고 오늘도 힘껏 소리치십니다. 어머니는 탁탁 생선을 토막 내 손님들에게 팔았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생선을 두어 상자씩 받아다 팔아 자식 다섯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셨습니다.

“한 마리 사. 내 싸게 줄게. 고춧가루 팍팍 풀고 맛나게 끓여 드셔.”

“아주머니 많이 파세요.”

단골이 하나둘씩 늘어났지만 궁색한 형편을 벗어날 순 없었습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어머니를

따뜻하게 해 줄만한 것은 연탄의자뿐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변변한 외투 하나 없이 한데서 겨울

을 나고 감기가 떨어질 새 없었지만, 자식들 앞에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궁상맞은

나날을 지켜보는 게 끔찍이도 싫었던 나는 서둘러 결혼해서 집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오랫

동안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느라 지쳐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갔던 날, 어머니는 오랜만

에 찾아온 딸을 괘씸타 않으시고 기쁘게 맞아 주셨습니다.

“아이구, 이 추운 날 네가 어쩐 일이냐?”

그대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아따, 딸만 춥고 엄마는 천하장산감?”

“에이! 원 별소리를 다하네.”

옆 가게 아주머니의 말씀에 어머니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화를 내셨습니다. 그 말에 처음으로 어머니

의 옷차림을 찬찬히 뜯어본 나는 그만 목이 메었습니다.

“엄마... 목에다 왜 비닐을?”

“니가 몰라서 그러지 바람 막는 덴 비닐이 최고다.”

어머니는 생선을 담아 파는 비닐을 목에 더 단단히 묶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목도리 하나 사 드리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한심해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 길로 가서 털목도리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달려가 털목도리를 둘러 드렸습니다.

“돈도 없는데 뭐 하러 이런 건...”

그 작은 털목도리 하나에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엄마 딸이 설마 목도리 하나 살 돈 없을까......”

그날 나는 생선비린내가 밴 어머니의 비닐목도리를 손에 꼭 쥔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는 게 힘겨울 때마다, 좋은 집, 좋은 옷, 맛난 것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고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서

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굿모닝~!!!!

첫눈 내린 시카고에는 폭설로 인해 설국을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고향 같은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자식을 위해 희생합니다.

당신에게 대해서는 지독히도 인색하고 자식에게는 더 귀한 것 못 줘서 안달하는 어진 마음,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위대합니다.


  1. 아침편지-알 필요가 있는 것

    알 필요가 있는 것   당신이 꼭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꼭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당신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도 없다. 정말로 당신이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을 ...
    Date2015.09.16 By이태영 Views2167
    Read More
  2. 아침편지-만일

    만일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
    Date2015.09.24 By이태영 Views2279
    Read More
  3. 아침편지-한때 다 가까웠던

    한 때 다 가까웠던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더니 요즈음 나에게는 예고도 없이 나의 곁을 떠나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있었던 모든 일이 사라지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 야속한 느낌이지만 사실 떠나는 모든 것은 한 때 다 가까웠던 것이다   지난날을...
    Date2015.09.28 By이태영 Views2048
    Read More
  4. 대보름달

    One Full Moon   Full Joy,    Full Joy, Full Thanks,       Full Joy, Full Thanks, Full Smiles,           Full Joy, Full Thanks, Full Smiles of Full Family,           Full Joy, Full Thanks, Full Smiles of Full Moon,               Full Joy, Fu...
    Date2015.09.29 By이태영 Views2117
    Read More
  5. 아침편지-내 나이 아흔, 세상 떠날 날이 머지 않았지

    내 나이 아흔, 세상 떠날 날이 머지않았지   올해 아흔인 홍영녀 할머니는 매일 일기를 쓴다. 학교 문턱을 밟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일흔이 돼서야 손주에게 한글을 배웠다. 까막눈에서 벗어난 이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 홍 할머니는 삐뚤빼뚤 서툰 글씨에 ...
    Date2015.10.04 By이태영 Views1732
    Read More
  6. 아침편지-사랑이 없어서

    사랑이 없어서   가장 큰 병은 결핵이나 문둥병이 아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병이다. 육체의 병은 약으로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고독과 절망과 좌절의 유일한 치료제는 사랑이다. 세상에는 빵 한 조각...
    Date2015.10.10 By이태영 Views2207
    Read More
  7. 아침편지-빅수근 이야기

    박수근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그림이 제일 비싸게 팔리는 화가를 아시나요? 그 화가가 가난하여서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것도 아시나요?   박수근은 밀레가 그린 <저녁종>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해질 무렵의 들판, 황금빛 저녁놀이 가득한 들판에서 ...
    Date2015.10.13 By이태영 Views2991
    Read More
  8. 아침편지-어머니 당신은........

    어머니 당신은.....   스물 하나. 당신은 굽이굽이 험한 고개를 열두 개나 넘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김씨 집안 맏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 여섯.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던 겨울날, 시집 온 지 오년 만에 자식을 낳고 그제서야 당신은 시댁 어...
    Date2015.10.21 By이태영 Views2837
    Read More
  9. 아침편지-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
    Date2015.11.09 By이태영 Views1759
    Read More
  10. 아침편지-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시장 어귀에 줄줄이 늘어선 좌판들 틈에 어머니의 생선가게가 있습니다. 가게라지만 사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길목에 한 뼘도 안 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좌판입니다. 어머니는 길거리에 생선박스를 내려놓고...
    Date2015.11.22 By이태영 Views246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Next
/ 6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