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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동사무소에서 가져온 서류를 들고 그 사람이 누워 있는 병원으로 갔다.

가는 길에 왜 그리 몸도 마음도 춥고 무겁던지. 손발이 부르르 떨렸다.

그 사람은 작년 설날, 성묘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 달만 입원하면 나을 거라며 그동안 아들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던 그때 보고 안 봤으니 딱 1년 만이었다.

4년 전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결국 아들은 아빠가, 딸은 엄마인 내가 맡아 각자 따로

살게 되었다. 슬픔에 겨워 잠들지 못한 밤도 숱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쉬 넘기지 못하며

운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딸이라도 잘 키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한 달 예정으로 내게 오자, 잠시라도 엄마 노릇 하게 된 걸 감사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 사람은 6개월이 지나도록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허리를 다친 그는 아예 하반신이 마비돼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할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나 싶어 불면증으로

밤을 지새웠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지, 하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쌀 걱정, 반찬 걱정,

학비 걱정 탓에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처음엔 떨어져 살아서인지 자꾸 겉돌던 아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누나와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누나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아들을 보면서 경제적으로는 힘들어도 가족은

이런 거구나, 라는 가슴 벅찬 감정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가족이라 여겼던 그 사람에게는 1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생활이 너무 힘

들어서 그를 찾아갔다. 장애등록이라도 해서 급식비를 면제 받고 장애수당이라도 받아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병원에 당도하자 엘리베이터 안에서부터 내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사람

도, 애들 할머니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무슨 일로 왔냐고 그 사람이

물었다. 너무 말라서 딸아이 손목만 한 다리에 퀭한 눈을 하고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그 사람을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 15년 동안 내게 폭력을 쓰고 독설을 쏟아 내던 그 기세는 어디 가고 이토록 허약해졌는지….

서로를 헐뜯으며 4년을 따로 사는 동안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한꺼번에 겪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무렇게나 살아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나를 의지하는 딸 때문에 이를 악물고 버텨 왔다. 그런데 10년 넘게

쌓인 그 사람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눈물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를 보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장애등록에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사람의 휠체어를 밀면서 사진관으로 향했다.

둘이서 걸어 본 게 얼마 만인가. 너무 말라 옷이 몸에 맞지 않고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그 사람. 병원으로 들어가는 현관 앞에 다다르자 그가 커피 한 잔 뽑아 달란다. 커피를 건네주자 그

사람이 갑자기 내 머리를 만지며 “너 왜 이렇게 늙었냐.”라고 말했다. 그 한 마디에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날 다짐했다. 그 사람의 휠체어를 평생 밀어 주겠다고.

지난 어버이날에 어머님께 드릴 카네이션과 그 사람 옷, 양말을 사 가지고 딸과 병원을 찾았다. 그러자 병원을

나서면서 딸이 묻는다. “책임감 때문에 병원에 온 거야?”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가족은 쉽게 헤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눈을 감고 미래를 그려 본다. 작약이 곱게 핀 시골집에서 사는 내 작은 꿈. 노후에는 거기서 친구들을 불러

상추쌈을 싸 먹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 이제 그곳에 한 장면을 더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휠체어를

밀며 따사로운 햇빛 속에 피어난 작약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 김혜자 (가명)- 

 

굿모닝~!!!!!!

가정이 생긴 기원을 성경에서는 사람이 혼자 지내는 것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아서 돕는 배필을 지어서

남자에게 데려왔다고 합니다. 아내의 역할은 '돕는 배필'입니다.

그리고 남자는 부모를 떠나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정을 이루는 기본입니다. 둘이 하나가 된 이후로는 부모에게 의지해서도 안되며

연합을 방해하는 어떤 행동도 온당치 않으며 돕는 배필의 자리에서 이탈해서도 안됩니다.

이 기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혈연 관계는 유지되어도 가정으로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없이 많은 것들을 배우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투 경기를 보면 폼에서 선수의 기본을 봅니다. 골프선수에게서도 자세에서 그 선수의 기량을 엿봅니다.

바둑에서도 고수는 행마의 고저장단이 척척 맞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기본이 중요합니다.

가정이 깨지는 이유도 기본이 무너질 때 깨어집니다.

나만 생각해 달라고 해도 안되고 배려심 없는 행동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존중해 주는 마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마음, 한발짝 손해 보려는 양보지심만 있다면

언성이 높아질 이유가 없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도리를 다 하는 것, 쉽고도 어렵고 어렵고도 쉬운 기본입니다.

이 글을 읽는 가정마다 웃음꽃 피는 식탁이 되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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