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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딸.png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반에서 1등을 했죠.

기쁜 나머지 한걸음에 아빠가 일하시는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깜짝 놀래켜 드리려고 살금살금

걸어가 아빠의 등 뒤에서 “아빠!” 하고 외쳤죠. 그런데 아빠는 아무 반응도 없이 계속 닭에게

모이를 주셨습니다. 그땐 아빠가 장난을 치는 걸로만 알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방 안에서 공부를 하다 텔레비전 소리가 너무 커서 짜증을 내며 거실로

나갔는데 아빠는 텔레비전을 툭툭 치며 혼잣말을 하셨습니다.

“텔레비전이 오래 됐나? 이젠 소리가 잘 안 나네.” 내겐 잘 들렸는데……. 걱정이 되어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좀 더 빨리 오지 그러셨어요. 수술을 받았더라면 보청기는 낄 수 있었을 텐데…….”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들으실

수 있을 때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특별 이벤트를 생각했죠. 바로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1등을 해서 소감을 물을 때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하고, 상금으로

보청기를 사 드리는 것입니다. 비록 보청기도 얼마 사용하지 못하시겠지만요.

그래서 학교와 집,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노래를 연습했습니다. 결국 본선에 나가게 됐죠.

아쉽게도 상을 받지 못했지만 막이 내릴 무렵 난 용기를 내서 사회자에게 한마디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회자는 조금 당황했지만 마이크를 건네주었고, 나는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빠를 향해 외쳤습니다.

“아빠 들리세요? 지금껏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자주 할게요. 아빠 사랑해요.”

사람들은 힘찬 박수를 보내 주었고, 난 눈물을 훔치며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뛰어오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바로 아빠였습니다. 내게 단 하나뿐인 가족…….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채 거친 손으로 아빠는 내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한참을

아무 말이 없으셨습니다.

 

-이은경, 경기도 고양시-

 

굿모닝~!!!!

세상에 가족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입니다.

게다가 용기를 주고 무조건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습니다.

저를 무조건 신뢰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내 혈육은 어머니뿐 입니다.

형제자매나 심지어 아내마저도 저를 미더워 하지 않습니다.

잘못한 것은 어찌 그리 기억을 잘하고 틈만 나면 몰아치는지 차라리 안 보는 편이

마음이라도 편합니다. 제게 가까이 다가오면 무슨 꼬투리를 잡고 올까 싶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경처가 입니다.

아내를 존경하는 경처가가 아니라 아내를 보면 경끼를 일으키는 경처가 입니다.

가족은 격려하기로 작정된 사이여야 합니다.

여러 해 전에 아들이 좋은 대학에 다니다가 자퇴압력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놀기만 했다는 거죠.

부모 몰래 칼리지로 적을 옮겨 놓고 실토를 했습니다.

우리 세 식구는 미시건 호수로 바람 쐬러 갔습니다. 거기서 저는 이런 말로 아들을 위로했습니다.

"큰 사람이 되려면 이런 저런 어려운 일을 겪어야 되는 법이야. 괜찮아, 힘 내..."

아들은 칼리지에서 학기마다 상을 받아 크레딧을 잘 쌓은 후 드폴(DePaul)대학교로 전학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않은 가계에 도움을 줌은 물론 인생 공부도 제대로 한 셈입니다.

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되어 제 몫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무조건 용서하기로 작정한 사이여야 합니다. 끝없이 잘못해도 끝없이 이해하고, 씻지 못할

죄를 범했다 해도 덮어주고 격려하는, 그것이 가족입니다.

남들이 다 죽일 놈이라고 침 뱉고 험한 말을 해도 남몰래 한쪽 구석에서 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그의 어머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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