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그 당시 습득했던 위기십결(圍棋十訣)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한다. 이 열가지는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도 귀한 교훈이 되기에 마음에 새겨둘만 하다.
1. 부득탐승(不得貪勝)
"이기기를 탐내서는 안된다."
물론 모든 승부는 이기는데 목적이 있다. 바둑 또한 승부를 다투는
게임이므로 필승의 신념으로 두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이기는데만 마음을 두면 욕심이 앞서 형세를 그르치기
쉬우니 이기려는 마음만 앞서지 말라는 것이다.
즉, 어깨의 힘을 빼라는 것이다. 필승의 신념과 이기려는 마음은 언뜻 들으면 같은 말 같지만 사실은 같지 않다. 부자집 맏며느리
엉덩짝만한 바둑판이지만 그 변화수는 무궁무진하여 1960년대 어느 잡지에서 읽은 기억으로는
7자 밑에 0(영)이 칠백만개가 붙는다고 한다.
60년대 후반부터 많은 이들을 가르쳐 봤는데 나에게
9점 놓고 두는 이들의 얘기가 "이렇게 새까맣게 놨는데 아무렇게나 대강
두어도 이기는거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기려는 마음이 위축된 수를 불러 중반쯤 가면 어느새 호각지세(비슷한 형세)가 되고 마지막에는 대마가 비명횡사 하던지 끝내기의 실수로 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모래사장에 말뚝
박아 놓으셨네요..허허."
세계대회라던가 큰 타이틀이 걸린 번기(番棋)에서 명국이 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이유는 이기려는 마음이 평정심을 잃게해서 그런 것이다. 세계
최고의 수준에서도 이러한데 하수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7번기에서 4승을
하면 이기는데 3연승을 했다가 4연패하여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