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길원 /주필>
4월은 언 땅에서 생명을 키우는
잔인한 달 이라고 시인 T.S. 엘리엇이 말한바 있지만, 금년은 평화와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테러와 공포로 인해,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북한이 핵을 미끼로 전쟁 일보 직전 사태로 몰고 가더니, 결국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라는 악수를 선택했다. 남북한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며, 재가동을
바라는 해외 동포들도 행여나 금강산의 전철을 밟을까봐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일구어 온 통일의 전초기지인 개성공단이 살아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에서는 9.11사태 이후 10년만에 생각만해도 끔직한 테러가 발생했다. 4명이 사망하고 200여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사살된 타메를란과 생포된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가 테러 조직과 연루 되었건 아니건 간에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 임에는 틀림 없다.
우리는 창조주의 섭리를 무시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광신적인
극단주의를 배격하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다시금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때이다.
이렇게 광폭하고 불안한 가운데도, 세상은 그렇게 어둡지 만은 않았다. 4월을 보내고 5월을
맞는 우리 동포사회에는 즐겁고 희망찬
일들이 생겼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최근 실시된 시카고 지방선거에서 3명의 한인이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주류사회 정치분야의
황무지였던 우리 동포사회의 미래에 고무적인 뉴스다. 타민족과 타지역에 비해 만시지탄이기는하지만, 이제 시카고 동포사회도 정치를
시작했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무엇보다 출발에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시카고 공연이다. 나는 금주 이틀 사이에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메인 타운십 교육위원에 선출된 이진씨의 당선 축하 만찬에 참석하고 큰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
우선 강남 오케스트라 부터 이야기를 하겠다. 이번에 멀리 고국에서 시카고를 찾아온 강남 심포니는
단순한 구청 규모와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아니다. 서울 시향에 못지 않는 세계 수준의 멤버들로 구성된 실력과
기량을 가진 대한민국의 뛰어난 연주팀이다. 예를 들자면 97년 창단이래
60회의 정기공연과, 베토벤 및 브람스 교향곡 전집을 녹음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집사람과 공연장에 갔다. 무엇보다
좌석이 꽉차 마음이 놓였다. 공연의
목적은 연간(연인원) 지역 주민 5만 명에게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문화회관의 발전기금
모금과 한미 문화 교류였다. 모금도
5만 달러 이상 거두어 성공적이었다고 하지만, 강남 악단이 이번에 시카고에
와서 미 주류사회인 다운타운 문화센터와 윌링 고등학교에서 가진 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 사절로서의 공헌은 물질적으로 계산 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 특별히 ‘강남 스타일’을 알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강남 오케스트라’의 미국
공연은 우리 민족의 또 하나의 자랑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수준 높은 음악을 통해 동포사회의 화합과 행복을 선사한
것도 큰 성과이다. 음악의 힘은 이렇게 위대한 것이다. 모든 분들이 고맙지만, 시카고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신연희 구청장을 비롯한 김숙희
강남문화재단 이사장의 비전과 헌신에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파이어니어로서 이분들의 역할은 우리 미주 이민사에
기리 기억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우수한 민족이다. 이곳 미국서 주말 마다 열리는 여자골프대회에 상위
10위 권의 절반은 박, 최, 김,
유,신, 등등 한국선수들이 차지한다.
강남 오케스트라의 기악 연주자들은 거의가 여성이다. 이날 나는 한국 여성 파워에
다시 놀랬다. 하긴 우리는 대통령도 여성이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강남 심포니도 생활 속의 문화 예술과 클래식의 대중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 속의 친구로 평화의 아름다운 화음을 전하는 문화사절로서의 역할을 이제 시작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이진 메인 타운십 교육위원, 김여정 먼덜라인 시의원, 그리고 박포원 피오리아 교육위원 등 3명의 한인이 당선되었다. 메인 타운십
평의원에 출마했던 이주원 후보는 아깝게도 공화당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했다. 이렇게 일리노이 주에서
4명이 출마를 한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지만, 그 중에 3명이 당선 되었다는 사실은 이 지역 한인 정계 진출의 좋은 출발로 받아드려도 될 것 같다.
특히 이진씨의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알바니팍 커뮤니티센터의 일꾼인 그를 나는 몇년 전 심층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변함없이 남을 돕는일에 적성이 맞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가 한인회 부회장을 맡았을 때도 동포사회의 필요한 일을 찾아 머슴처럼 열심히 뛰어 다니며 묵묵히 봉사활동을 했다.
이민1.5세로서 그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열정을 갖고 이 지역에 금실문화를 조직하고
회장을 맡아 미 주류사회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홍보활동을 열심히 전개해 왔다. 스코키 다문화 축제에 한인사회의
참여는 이진씨가 시작한 것이다. 이진 당선자는 주류사회와 한국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감당해 온 보배
같은 존재다. 이제 이진씨는 이런 바탕
위에서 공립학교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공교육의 미래를 위한 정치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주류사회 정계 진출
, 이제 시작이다. ‘정치는 로컬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번 당선자들이 시의원 이나 시장을 거쳐, 연방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동포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