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188.170) 조회 수 26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벽과문.png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벽은 참 소중합니다. 내 집을 외부 침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 주니까요. 너와 나의 경계

가 설정되니 자유로이 움직일 공간도 만들어집니다. 그렇다고 답답할 일은 없습니다.

벽에 낸 문으로 언제든 왕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벽을 쌓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서로 소통할 마음이 없고 얼굴도 마주치기

싫어, 벽을 더 높게 치게 되지요.

십여 년 전, 우리 집은 이웃집과 담장 없는 경계를 두고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지적도를 들

고 측량까지 해 가며 “경계선은 여기다.” “아니다. 저기가 맞다.”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그러다 이웃이 2층 집을 지으면서 벽을 높이 올렸습니다. 이젠 이웃 아닌 이웃이 되겠다는

 겁니다. 그 모습에 저도 벽을 쌓았습니다.

몇 해가 흘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샌가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우리

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자칫하면 사고를 당하기 딱 좋게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기분 나쁜

판에 잘 됐다 싶어 2차 전쟁이라도 벌일 마음이었습니다.

이젠 내 머리도 컸으니,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노라 다짐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담장이 헐리고 있었습니다. 이웃집 아저씨 손에 의해서 무너진 벽은 우리 집

마당으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니, 우리 집 마당으로 무너뜨리면 어떻게 해!' 아버지에게

이참에 한판 붙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지려 하자, 아버지는 “괜찮아. 그냥 둬.”라며 말리셨

습니다.

얼마 뒤 벽이 말끔히 사라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 눈에 보이는 벽만 사라졌을

뿐인데, 내 마음의 벽도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웃집 마당도, 그 집 강아지도 담장 안

풍경처럼 포근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의 마음은 벽에 금이 가면서부터 달라졌는지도 모릅

니다. 이웃집 아저씨의 마음도…….

몇 달 전, 제주도에 사는 오지연 시인으로부터 천양희 시인의 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시에 폭 빠져 책장을 넘기는데, 옛날 이웃집 일을 떠올리게 하는 시를 만났습니다.

'벽과 문'이라는 시입니다.

사방을 벽으로 둘러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처럼 큰 문은 없겠지만, 가로막은 벽에 문을 내는

것은 하늘보다 더 큰 마음의 문을 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그것을 최고의 일이라

했나 봅니다.

 

벽과 문

이 세상에 옛 벽은 없지요

열리면 문이고 닫히면 벽이 되는

오늘이 있을 뿐 이지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사실이

사실은 문제지요

닫아걸고 살기는 열어놓고 살기보다

한결 더 강력한 벽이기 때문 이지요

벽만이 벽이 아니라

때론 결벽도 벽이 되고

절벽 또한 벽 이지요

절망이 철벽같을 때

새벽조차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지요

세상에 벽이 많다고 다

낭비벽이 되는 건 아닐 테지요

벽에다 등을 대고 물끄러미 구름을 보다보면

벽처럼 든든한 빽도 없고

허공처럼 큰 문은 없을 듯 하지요

이 세상 최고의 일은 벽에다 문을 내는 것

 

자, 그럼 열쇠 들어갑니다

벽엔들 문을 못 열까

문엔들 벽이 없을까

 

천양희,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김익겸 편집장-

 

굿모닝~!!!!!!

우리 집과 뒷집 사이는 담이 없습니다. 우리 집에 처음 오는 사람은 옆집 정원도 우리 집인

줄 알고 ‘집이 상당히 크군요.’합니다. 더군다나 정원 관리를 어찌나 잘 하는지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 부지런한 이웃 때문에 덕을 봅니다.

어쩌다 잔디 깍는 날 서로 만나면 "하이"하면서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을 만날 때 벽을 만난듯하다고 합니다. ‘아’하는데 ‘어’로 알아듣고

사랑한다는 표현인데 미워한다는 말로 알아듣습니다. 문제는 소통이고 이해심입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미술반 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림과 더불어 살았습니다.

또한 중 3때 배운 바둑에 미쳐서 전문가 못지않은 역사와 이론과 실력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과 바둑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바둑의 경우, 문외한인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면 말귀를 잘 못 알아듣습니다.

기껏 가르쳐 놓고 보면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바둑은 이론보다 실전입니다.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하여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당해봐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강의시간만 와서 듣고 간다면 머리는 커지지만 진보는 없습니다.

미술반의 경우는 초급반, 중급반이 있는데 중급반은 벌써 2학기 이상 배운 분들도 많고

집에서도 열심히 그려 갖고 와서 지도를 받습니다. .

연필과 붓이 손에 익으려면 시간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제 경우는 전시회가 잡혀 있을 때 시간에 쫒겨서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투자하니 실력이

늘었습니다. 내가 힘을 쏟아도 안 되었던 난관을 헤쳐 나온 경험이 있으니 벽에 부딪친 

사람을 지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벽을 만났을 때 벽을 바라보면 처음엔 벽만 보이지만 한참을 바라보면 거기에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무도 보이고 새가 나는 것도 보일 것입니다.

설혹 사방이 다 벽이라도 하늘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 교회협의회 40주년 기념 미술전이 6월3일(화)에 오픈합니다. 저와 제게 배운 세 분도 함께 출품합니다.

  9일(월)까지 계속 되므로 기간 중에 오셔서 감상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 월~토 오전 9~오후 5시, 주일 오후 1시~5시

  6월 3일(화)은 오프닝이어서 오후7시에 리셉션이 있습니다. 이날 오시면 출품 작가 모두를 볼 수 있으나

  평일은 약속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1. 아침편지-어머니를 보내고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굿모닝~!!!! 지난 2 주간은 60평생 동안 처음으로 된통 몸이 아팠습니다. 가벼운 감기기운인가 싶었는데 운신을 못할 정도로 앓아누웠습니다. 와중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머무시는 엘에이까지...
    Date2014.06.14 By이태영 Views2653
    Read More
  2. No Image

    아침 편지 - 부추된장찌개

    <김흥균 하늘소리 발행인>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밤새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다시 긴 소매를 주섬주섬 챙겨 입었습니다. 온도 하나에도 우리는 예민하게 옷을 챙겨입고, 부산을 떱니다. 오늘 해야할 일들을 조용히 묵상하며, 시간을 낭비하...
    Date2014.06.11 By관리자 Views3156
    Read More
  3. 이태영의 아침편지-인사 말씀

    <이태영 목사 / 하늘소리문화원장> 아침편지 독자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그저께부터 아침편지를 못 쓰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혼수상태에 들어가서 이미 시한부 인생을 살고 계십니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어제밤 또는 오늘 아침을 못 넘길 것이라고 했는데 ...
    Date2014.06.06 By관리자 Views2561
    Read More
  4. 이태영의 아침편지: 상처를 받으면 향기를 내세요

    이태영 목사 (하늘소리 문화원장) 아직도 습기가 가득한 여름 숲으로 들어갑니다. 비가 막 그친 뒤라 빗방울이 물방울이 되어 나뭇가지 끝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도원의 여름 숲은 언제 찾아도 편안합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라곤 나 이외에 아무도 없어...
    Date2014.06.03 By이태영 Views3653
    Read More
  5. 이태영의 아침편지: 언어의 속성을 이해하자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의사전달의 도구가 되는 언어. 글을 쓸 때 이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글의 성격이나 내용이 달라지므로, 언어의 선정이 무척 중요하다. 먼저 시 한 편을 살펴보자. 내 가슴속에 가늘한 내음 / 애끈히 떠도는 내음...
    Date2014.06.02 By이태영 Views2586
    Read More
  6. 이태영의 아침편지-생각 정리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회사 뒤뜰의 나무가 너무 무성해 자르려고 하는데 일하는 분이 말합니다. "큰 나무를 자르세요. 작은 나무는 계속 자랄 수 있으니까요."   내심 큰 나무 한 그루를 살리고 작은 나무를 몇 그루 자르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듣...
    Date2014.06.01 By이태영 Views2467
    Read More
  7. 이태영의 아침편지: 벽과 문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벽은 참 소중합니다. 내 집을 외부 침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 주니까요. 너와 나의 경계 가 설정되니 자유로이 움직일 공간도 만들어집니다. 그렇다고 답답할 일은 없습니다. 벽에 낸 문으로 언제든 왕래가 가능합니다. 하...
    Date2014.05.31 By이태영 Views2658
    Read More
  8. 이태영의 아침편지-빵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빵, 그래 난 빵이 좋다. 미식가에서 한참 먼 나로선 맛을 잘 표현할 재주는 없다. 다만 그냥 빵이 맛있다. 빵 맛에 눈을 뜬 것은 오랜 유학 생활 덕이다. 다시 한국에 와서 좋은 점이 수도 없이 많지만, 안타까운 것 중 하...
    Date2014.05.30 By이태영 Views2571
    Read More
  9. 이태영의 아침편지: 웃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인생에서 웃는 시간은? 우리가 보통 70살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약 7년이고, 잠자는 데 23년 정도, 일하는 데 26년 정도, 양치질하고 씻고 화장실 가는 데 약 3년 반, 그리고 화내는 시간은 약 2년 ...
    Date2014.05.29 By이태영 Views2768
    Read More
  10. 아빠 들리세요? 사랑해요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반에서 1등을 했죠. 기쁜 나머지 한걸음에 아빠가 일하시는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깜짝 놀래켜 드리려고 살금살금 걸어가 아빠의 등 뒤에서 “아빠!” 하고 외쳤죠. 그런데...
    Date2014.05.27 By이태영 Views26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64 Next
/ 6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