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변호사>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고객 한분이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어쩐 일인지 이민자의 신분명칭에 대해 일종의 내기를 걸었다는 것입니다.
궁금증의 핵심은 E-1 비자의 배우자비자가 E-1인지 E-2인지 아니면 E-3 인지 였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이민법 이슈를 가지고 내기까지 하게 된 사연이 더 궁금했지만, 어쨌거나
답변을 드렸고 저희 손님이 내기에 지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영주권자 아닌 한국인이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서울 세종로의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2009년말부터 시작된 방문비자면제의
경우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런데 알파벳과 숫자 하나씩으로 구성된 비자 타입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면 알수록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비자의 경우, 학생본인은 F-1 을, 동반가족은 F-2 라고 적힌 비자를 받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손쉬운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F는 학생에 해당하는 어려운 단어의 약자이고, 그 뒤에 본인은 1을 붙이고 가족은 2를 붙이는 모양이군.’
대체로 맞습니다. 이러한 추측은 대학교수 등이 미국에 연수차 올 때 받는
J-1과 그 가족의 J-2, 그리고 해외지사로 파견나오는 주재원 본인의
L-1 비자와 가족의 L-2 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러나 늘 그렇다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겠지요.
비즈니스 또는 관광목적의 비자는 B-1/B-2 라고 한꺼번에 적힌 비자를 여권에 받습니다. 그런데 배우자 등 동반가족도 역시 B-1/B-2 라고 적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의 동반가족은 H-2가 아니라 H-4 이고, 저명한 학자 등이 받는 O-1
비자의 가족에게는 O-3를 씁니다.
혼동의 원인은 다름아닌 원칙없는 이민법 규정에 있습니다. 미국이민법 제101조 (a)항 15절 항목 A 부터 V 까지에는 우리가 미국에 영주권없이 체류할 수 있는 모든 비이민비자에 대한 정의규정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각 알파벳이 무슨 단어의 약자라도 될까 생각하시지만, 관광비자가
B가 된 것은 단지 미국이민법 제101조 (a)항 15절 항목 B에 관광목적의 체류자에 대한 정의를
써놓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그나마도 비즈니스와 관광목적을 별도로 나누지 않았는데, 해석상 B-1/B-2로 나누고 비자를 찍어 줄때는 같이 병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관광차 입국시 이민국 직원이 여행목적을 물어보는데 별생각 없이 비즈니스차 왔다고 하면 하얀색 출입국 카드에
B-1 이라고 적고 6개월이 아니라 3개월
내지는 1개월 체류기간을 받게 됩니다.
학생비자의 경우 항목 F 아래 다시 세부항목 (i) 에서 학생본인을,
(ii) 에서 동반가족을 정의하고 있어 F-1, F-2 비자가 나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반해 H 비자의 경우 (i)B항목에 전문직취업비자, (ii)항목에 농업취업비자, (iii)항목에 연수생비자가 정의되어 있습니다. 동반가족에 대한 세부항목 (iv)가 없지만 여기서는 가상으로 할당하여 H-4 로 하고 있습니다.
소액투자비자라고 불리우는 오늘의 주인공 E비자에 이르면 그 혼동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E비자는
세부항목 (i) 에서는 무역을 많이 하는 회사의 파견자가 받는 비자를, (ii) 에서는 미국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사람이 받는 비자를 정의합니다. 따라서
E-1은 무역인비자, E-2는 소액투자비자가 되었습니다. 동반가족부분은 H 비자처럼 별도로 정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H의 사례를 따라 E-3로 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
헷갈리게도 본인의 신분명칭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E-1 비자의 가족은 모두 E-1 이요, E-2 의 동반가족은 E-2인 것입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스프’라는 교양서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요, 이민자를 위한 비자로 구성된 알파벳스프는 재미는 없이 복잡하기만 하네요.
김영언
변호사 (법무법인 미래)
847-297-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