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의 아침편지: 언어의 속성을 이해하자

by 이태영 posted Jun 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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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jpg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의사전달의 도구가 되는 언어. 글을 쓸 때 이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글의 성격이나

내용이 달라지므로, 언어의 선정이 무척 중요하다. 먼저 시 한 편을 살펴보자.

 

내 가슴속에 가늘한 내음 / 애끈히 떠도는 내음 / 저녁 해 고요히 지는 제 /

머언 산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 오! 그 수심 뜬 보랏빛 /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

한 이틀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 / 깃든 향취가 가슴 놓고 갔을 줄이야

 

-김영랑의 <가늘한 내음> 중에서

 

이 시는 1930년 6월 시 문학지를 통해 세상에 발표됐다. 벌써 80년이 지난 작품이라, 요즘 잘 사용

하지 않는 언어가 많이 눈에 띄고 지금 우리의 목소리로 낭송해 보면 끊어지는 부분이 어색하고

감정의 조절이 힘들다.

이 작품은 'ㄴ'으로 첫소리가 난다. 'ㄴ, ㄹ, ㅁ'으로 시작하는 어휘들은 여성적인 향기를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ㅋ, ㅌ, ㅍ'로 시작하는 첫소리는 남성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김영랑 시인이 얼마나 예민한 감각으로 언어를 다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래된 이야기 하나를 예로 들어 보겠다.

한번은 내가 아는 젊은 여성에게 좋은 신랑감을 소개한 적이 있다. 신랑감 또한 내가 잘 아는 청년

이었고 장래가 촉망되는 제자라서 안심하고 소개했는데, 둘이 여러 번 만나더니 여성 쪽에서 싫다

고 했다. 나는 조용히 여성을 불러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젊은 여성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다

좋은데 한 가지 견딜 수가 없어서 거절한다고 했다. 이 견딜 수 없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청년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쩝쩝' 하고 내는 소리라고 했다. 나는 조금은 의아해하면서도 알았다고 하고

물러섰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 '쩝쩝'이라는 소리가 평생 그들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봤다. 입에서

나는 먹는 소리 하나가 인간의 인격을 넘어서서 좋고 싫고의 잣대가 될 수도 있겠고, 이 잣대가

인간 간의 올바른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감정에 파장을 일으키는 언어의 속성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글을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없다. 사투리도 마찬가지이다. 연속극에서 사투리를 쓰는 인물을 설정하여

극의 전개를 보다 다양하게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특정 사투리의 억양이나 혹은 정겨운

소리는 인물의 내면과 속성을 선명하게 하고, 이를 통해서 극은 효과적으로 전개된다. 이처럼

사투리는 인물을 정겹게도 하고 역겹게도 하고 또 신분의 높낮이를 드러나게 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글에서도 또한 사투리는 글의 주제, 인물의 설정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자칫 사투리가 잘 못 사용

되면 특이한 지역의 특성이나 갇혀진 성격의 한 단면만을 보여 주기 때문에, 잘 선택해서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굿모닝~!!!!!

똑같은 상황을 묘사하는데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그래서 언어나 글은 그 사람의 총체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배운 만큼 아는 만큼 생각한 만큼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사물을 이해하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있다면 이해하는데 그만큼

유리합니다. 무심코 지나칠 일을 시인이나 화가는 머물러서 생각을 합니다.

거기서 시어를 뽑아내고 화제를 찾습니다. 생각의 차원이 다릅니다. 문학에는 문외한인 저는 평범한

소재에서 비범한 장면을 연출해 내는 시인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럴 땐 문학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움틉니다. 아침마다 쓰는 편지에도 사족이 붙기도 하고 중복된

표현이 나올 때가 많은데  매끄럽게 글을 쓰는 분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저는 왼손잡이여서 식사할 때는 식탁 왼쪽 끝에 앉습니다. 피치 못하게 중간 쯤에 앉을 때는 옆에 사람

에게 누가 될까봐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난처한 경우를 만납니다. 뭐가 급한지 숟가락 젓가락을

동시에 한 손에 다 움켜쥐고 밥을 먹는 사람을  만날 때입니다. 음식물이 묻은 젓가락 끝이 제 왼손을

겨냥하듯 내쪽으로 나와 있습니다. 급기야 제 손을 찌르기도 합니다. 존경 받는 위치에 있거나 소위

유학파인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것은 안 가르쳐 주니까  알아서 신경 써야할 일입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배려입니다. 나는 이게 편해도 상대방한테 누가 된다면 바꿔야 하고 고쳐야 합니다.

무심코 몸에 밴 습관, 한 번쯤 돌아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