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목사 (하늘소리 문화원장)
아직도 습기가 가득한 여름 숲으로 들어갑니다. 비가 막 그친 뒤라 빗방울이 물방울이 되어
나뭇가지 끝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도원의 여름 숲은 언제 찾아도 편안합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라곤 나 이외에 아무도 없어서, 숲의 소리에 온전히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비가 잠시 갠 숲의 매력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향기입니다. 각양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이
뿜어내는 숲의 냄새는 영혼까지도 숲의 향기에 젖어 들도록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숲의 향기에 이끌려 숲 속으로 들어가던 중 하얀 속살을 드러낸 소나무를 보았습니다.
아마 얼마 전 수련회 때 이곳을 찾은 개구쟁이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일 터입니다.
소나무는 그 며칠 사이에 깨어진 껍질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호박 빛의 송진을 상처 부위에
내어 놓고 있었습니다. 소나무 껍질 사이로 스며 나온 송진은 숲의 냄새 가운데 가장 짙은
냄새였습니다. 식물은 상처를 받을 때마다 향기를 냅니다.
며칠 전 아파트 입구에 풍겨 오던 풀냄새는 막 잔디를 깎아 내고 난 후에 남아 있는 향기였습니다.
나무와 풀은 상처를 받으면 향기를 내어 스스로를 치료합니다. 비 온 뒤에 숲의 향기가 가장 짙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상처받은 소나무를 만지는데 며칠 전 읽었던 글이 떠오릅니다. 인생도 깨어짐의 고통이 있을
때 삶의 향기를 발한다는 내용입니다. 깨어짐을 경험한 사람들만이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영혼과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깊은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는 동안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모두 귀한 일인 셈입니다.
숲의 향기가 송진 냄새와 함께 영혼 깊은 곳으로 스며 들어옵니다. 이제는 이따금 숲으로
들어오는 빛줄기를 붙잡고 숲을 빠져 나와야겠습니다.
- 《마음숲을 거닐다》(배성식 지음, 좋은생각) 중에서-
굿모닝~!!!!!
살아가면서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부모로부터 이웃으로부터 배우자로부터 자식으로부터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문제는 이 상처를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상처가 견딜 수 없어서 심한 내상을 입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꼴 보기 싫다고 스스로 세상과 차단합니다. 이것은 비겁한 선택입니다.
차라리 식물처럼 상처를 입으면 향기를 뿜어야겠습니다. 상처입은 백합화는 진한 향기를 풍겨냅니다.
소나무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제 몸을 감싸느라 진한 송진 냄새를 풍겨냅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지혜는 평범할 때에 빛나지 않고 어려움을 겪을 때 더욱 빛납니다.
국가도 위기일 때 누가 충신인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상처를 입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승화 시킬까,
이 아픔으로 인해 어떤 내적 성숙을 이룰까 아름다운 고민을 하는 사람은 향기가 풍겨날 것입니다.
상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픔을 잘 견디고 나면 같은 아픔을 겪는 이에게 큰 위로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