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교육칼럼: 예쁜 손, 미운 손(?)

by 관리자 posted Jun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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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jpg

 

<박현수 목사 / 에버그린커뮤니티교회>

 

우리집사람은 원래 왼손잡이다. 어려서 무엇을 하던지 왼손이 편했는데 한국에서 왼손잡이로 사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한 현명하신(?) 장모님께서 억지로 고쳐주셨다고 한다. 왼손으로 글을 쓰거나 밥을 먹으려 하면 오른 손으로 얼른 고쳐주시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손은 미운 손, 예쁜 손 써야지, 아이 착하지.”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밥을 먹거나 글을 쓰는 것은 오른손으로 하지만 힘을 쓰는 일이나 정확하게 해야 하는 일을 보면 꼭 왼손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서 걸레를 짠다든지, 병뚜껑을 연다든지 하는 힘을 쓰는 일과, 바느질과 같은 일은 왼손으로 자연스럽게 한다

 

한국에서 자란 우리는 그런 문화 속에서 자라났다. 이 글의 제일 처음 단어우리라는 말이 항상 앞서는 그런 문화를 말한다. “내 아내로 쓰기에는 뭔가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서우리집사람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런 문화 말이다. 가족주의로 형성된 한국의 집단주의적 성향은 우리를 이런 식으로 언제나 우리 사람끼리 뭉치게 만든다. 이런 저런 모임을 만들고 거기에 속하려고 열심이다. 동창회를 만들고 도민회도 만든다. 또 그 안에서도 기수별 동창회를 만들고 지역별로 모임을 만들고 항상 그런 식이다. 그래서 서구의 개인주의(individualism) 보다는 집단주의(collectivism) 성향이 항상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집단주의적인 성향은우리라는 그룹과이라는 그룹을 분명하게 갈라놓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소수의 집단은 다수의 집단에 의해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우리와 같은 미국에 사는 이민자들은 소수민족으로서 차별을 당한다고 말하지만 한국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박대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것은 소수의 외국인들을 결코우리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바로 그런우리에 속하지 않는 그룹이다. 그래서 항상 차별을 당하는 것이다. 왼손잡이라고 놀림을 당하고 왼손으로 밥을 먹으면 옆 사람이 불편하다면서 눈치를 준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내가 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2-3학년 때였는데 그 때 (1970년 초반)는 아이들이 지금처럼 그렇게 많이 안경을 쓰질 않았다. 그저 한 반에 한두 명 정도 될 때였다. 안경을 끼고 학교에 가자마자 나는 새로운 별명을 가져야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지만 한동안 내 별명은네 눈깔이었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도 나와 좀 다르다 싶으면 그 사람은 금방우리라는 그룹에서이라는 그룹으로 떨려 나간다. 왼손잡이가 그렇고, 안경잡이가 그렇고, 장애우가 그렇게 우리에 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우리를 떠나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를 힘들어하고 불편해 하는 집단주의적 문화가 한국의 문화이다. 물론우리를 중시하는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우리만을 위해서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고는 정말 잘못된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사는 우리에게도 그러한 성향은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남아있다. 외국에 살기 때문에 더 그런 경향이 강해졌을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들의 자녀들에게도 이런 집단주의적인 성향을 그대로 물려주고 있는지 모른다. 여기서 자라나는 2세들도 은연중에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만 뭉치려고 하는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의 것과 우리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보존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우리만이 항상 옳고 남은 틀렸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기 그지없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우리만을 고집하면서 사는 세상이 더 이상은 아닐 것이다. “을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다. 내 것만을 고집하고 내 방식만이 맞는 것이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오히려 세상은 남들이 다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사고와 행동을 높이 사는 세상이 되었다. 예쁜 손 보다는 미운손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정체성을 가지고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백인도, 흑인도, 중남미인도, 모두가 우리와 마찬가지의 사람이고, 또 우리의 이웃이고 그들도 그들만의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또한 이 땅에서 우리들만이 우리끼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범세계적인 시야를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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