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 / 문필가> 얼마전 어느 모임에서 식사를 마치고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자기의 부인에
대하여 농담을 곁들인 좌담이 이어졌다. 모두가 부인이 무섭다고 하며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특히 남편의 위상이 위축되고 부인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들을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엄처시하의 생활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어느 분께서는 우스개 소리를
곁들여 이런 말도
했다. 그는 얼마 전에 간(肝)의 상태가 안좋은 것 같아 병원으로 진찰을 받으러 갔었는데 진찰을 마친 의사 말씀이 "선생님께서는 간기능 검사를 하실 필요가 없다" 고 하더란다. 왜그러냐고 물으니 간이 없어져 버렸다고 말하더란다. 이유는 자기는 매일같이 부인에게 구박받고 야단을 맞으며 살다보니 간이 쪼그라들어서 이제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B형이나 C형 간염검사를 포기하고 병원문을 나왔다고 하여 모두가 웃음보를 터뜨렸다. 얼마나 마누라한테 혼이 나며 살았으면 간이 없어졌느냐고 하며 그사람은 요즘 흔히들 말하는 간이 배밖으로 나온 남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냥 우스개 소리의 농담이지만 요즘 세태의 남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생겨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엄처시하(嚴妻侍下)란 아주 엄하게 남편을 다룰려고 사사건건 잔소리하며 자기만의 생각대로 따르고 살라고 야단을 치는 부인을 모시고
사는 주눅들어 벌벌 기는 남편의 인생을 말함이다. 또한 결혼한 남자들 중에서 아내를 무서워 하거나 아내의 눈치를 많이 보면서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