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박사의 가정상담- 도가니 영화를 통해 본 한국의 성폭력 실태는?

by skyvoice posted Jun 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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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박사/성심여자대학교 상담학교수

 

 

질문: 얼마전 우리나라는 도가니 영화로 전국이 떠들썩했고, 국회에서는 도가니 법을 제정해서 장애인들의 성폭력 특별법을 만든다고 합니다. 광주 인화 학교의 사건을 소재로 한 도가니 영화가 제기한 성학대, 성폭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까? 아니면 너무 미디어에서 과장하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 사회의 성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와 대책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답변: 저 역시 도가니의 영화를 보면서 피해자들이 장애인이기에 받았던 상처를 보면서 마음이 아주 아팠고, 장애인 학생들을 자신의 성적인 도구로 이용하면서 학대하는 가해자들에게는 분노와 공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 장애자들을 실제로 평가하고 도와주면서 이들을 성적으로 교묘히 이용하는 장애인 주변의 남성 보호자, 친척, 장애인 시설의 교사, 또는 운전기사들이 이들에게 가하는 성폭력에 분노를 느꼈지만, 이들 지적 장애인들이 경험한 성폭력을 입증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을 체험했습니다.

2008년도에 여성 가족부에서 보건사회 연구원을 통해서 전국의 성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했는데, 필자도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었습니다. 이 통계에 의하면 성폭력 범죄는 1997년 이후에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0년에는 10,000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2006년도에는 13,573건으로 1997년에 비해서 83.4%가 증가했습니다. 2008년도 전국적인 표본 조사에 의하면 인구 1,000명당 강간/강간 미수 피해 사례는 2.2명이고, 심한 추행을 경험한 사람은 8.9, 가벼운 추행을 경험한 건수는 34.7, 특히 길거리에서 성기 노출을 경험한 여성들은 인구 1,000명 당 21.2 건이었고, 음란 전화를 경험한 사람들은 88.7건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부부 사이에도 강제적인 성관계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주부도 인구 1,000명당 9.7명이나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강간, 강간미수, 심한 추행, 가벼운 추행 피해율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인구 1,000명당 29.1명이 73.7건의 원치 않는 성적 경험을 했다고 추정되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는 성폭력 발생 면에서 보면 빈도나 심각성 면에서 아주 문제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여자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기에 여대생들을 상대로, 학교 주변, 지하철, 버스 등에서 원치 않는 성적인 접촉을 경험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 결과 80-90% 의 여대생들이 평생에 걸쳐 원치 않는 성적인 접촉을 경험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여학교 주변에서 바바리맨들의 성기 노출은 흔한 경험이었습니다.

성행동을 포함한 인간의 행동은 그 사람이 가지는 가치관과 인생관을 반영합니다. 우리사회에서 남성의 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성행위는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성에 대한 가치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순결관을 유지해 왔습니다.

남성의 혼전 성관계는 문제 삼지 않았지만 여성의 혼전 성관계는 결혼 결점 조건이었습니다. 혼전 성관계를 가졌던 여성들이 한 때는 처녀막 재생 수술을 해서 자신이 신체적으로 순결함을 증명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남성들은 결혼 후에도 각종의 성 접대, 성 상납과 같은 외도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성문화가 형성된 반면에, 여성이 바람을 피우면 즉각 이혼 사유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남성의 54%가 평생 성매매를 한 번 이상 경험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성에 대한 이중적이고 불평등한 성태도는 즉각 수정되어야 합니다.

둘째: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고 성적인 욕구 대상으로 취급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하고 여성이 문제가 있으면,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쳐서 살아야 한다고 가정 폭력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남성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남성은 그러한 아내를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거나, 홧김에 외도하는 것을 정당화했습니다. 여성을 남성의 성적인 욕구 수단이 아닌 인격적인 존재로 존경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셋째: 여성이 성을 즐기면 색녀처럼 취급하고, 남성의 성욕충족은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인간의 성적인 행동을 연구하는 성학에 의하면 남성이나 여성의 성적인 욕구는 동일하고 성행위를 통해서 느끼는 성적인 즐거움이나 감흥도 기본적으로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성의 성적인 욕구는 당연시 하였지만, 여성이 남편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면 색을 밝히는 여성으로 취급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러한 가치관 때문에 여성들은 아직도 자신의 성적인 불만을 남성에게 대화를 못하고 참고 사는 경향이 많습니다. 남성도 자신이 성적으로 강하지 못하면 남성의 구실을 못한다는 생각에 성적인 문제를 회피하고 억압하려는 경향들이 많았습니다. 남녀가 서로 성적인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서로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직면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성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넷째: 여성의 순결은 자신의 목숨과 동일시하도록 교육했고, 남성은 여성의 순결을 빼앗으면 그 여성은 자신의 소유물이 되었다고 여기도록 했습니다.

여성은 강간당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순결을 보호하려고 반항하다가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강간 생존자들은 자신의 몸이 더러워졌다고 생각하면서 성매매에 종사하였습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성매매에 종사하는 많은 여성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60-70%의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순결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자유스런 상황에서 서로에게 마음과 몸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기 강제로 빼앗고 뺏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순결은 특히 여성의 성적인 자율권을 인정해 줄 때 달성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다섯째; 우리나라는 가부장적인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로, 여성은 어려서는 아버지를 좇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좇고, 남편이 죽어서는 아들을 좇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을 공표해서 남성들이 여성들을 통제하는 규범으로 활용했는데, 여성의 7개 죄악은 1) 시부모를 잘 섬기지 않는 것(不順父母去), 2) 임신을 못하는 무자식(無子去), 3) 외간 남자와의 부정(淫去), 4) 남편의 관심을 받기 위한 질투(嫉妬去), 5) 전염병 같은 못된 병(惡疾去), 6) 말이 많은 수다(多言去), 7)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竊盜去)을 규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같은 말로 여성의 의사 표현을 억압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은 남편과 아들을 위한 봉사자가 아니고 상호 배려하고 돌봐 주어야 합니다.

이번 도가니 영화 사건을 계기로 나타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생물학적인 남녀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양성은 평등하기에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고 서로가 동반자로서 상호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여성을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귀하게 여기는 것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성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의 표시가 아니라 성폭행이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여성이 성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해 주고 성관계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도록 해야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관계라고 하면 성과 관계라는 2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건강한 성은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 성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성을 위해서 관계를 이용하려 하면 기본적인 인간관계가 손상을 당합니다. 또한 성은 마치 기차가 철로위에 머물러 있을 때 마음대로 달릴 수 있는 자유가 있듯이 성은 건강한 관계 즉 부부나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만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성은 하나님이 인간에 주신 선물이고 성은 아름답고 즐겁고 우리의 행복을 위한 즐거운 것입니다. 남녀가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노력해야 만족한 성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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