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 이야기

by skyvoice posted Jul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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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png

 

어느 시인에게 인생이란, 어느 봄날의 소풍이었다.

따라서 죽음은 소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곳이었다.

그처럼 자족하는 마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에도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낸 외로움이 속 깊이 묻어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유고시집; 이지현, 잘살고 잘 죽는 법-

 

굿모닝~!!!!!

1986,7년 경 서울 인사동에서 화랑을 했습니다. 근처에 '귀천'이라는 조그만 찻집이 있었는데 바로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던 곳입니다.

천상병 시인(1930~1993) '가난은 내 직업'이라고 할만큼 평생 벌이가 없던 분이고 주벽과 짜임새 없는 생활로 43살까지 독신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닌 분이니 머리가 모자란 분도 아닌데 무직과 무절제한 생활로 살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제1시집을 내고 이듬해 장가를 갔습니다.

평생을 벌이도, 몸도 시원찮은 남편 뒤바라지로 지낸 부인은 작은 찻집 운영으로 버텼습니다. 요즘 여자 같으면 벌써 도망갈 일입니다.

그나마 마음 놓고 시를 쓸 수 있도록 헌신한 부인 덕분에 7권의 시집과 한 권의 수필집을 낼 수 있었습니다별것도 아닌 일에도 걸핏하면 참지 못하고 이혼하는 요즘 세태에서 보면 머리 숙여지는  분입니다.

변변찮은(?) 남편을 위해 헌신한 목순옥 여사, 그런 여인이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