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의 바둑 수업기 <9> 위기십결 일곱번째: 신물경속(愼勿輕速)

by skyvoice posted Jul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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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수업기.png

 

"신중히 생각하여 경솔히 빨리 두지말라."

내가 좋아하는 금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만반사후행 일실폐전공(萬般思後行一失廢前功) : 모든 일은 깊이 생각한 후에 하라 .한번의 실수가 먼저 세운 공을 다 잃나니

 

십대 중반에 읽고 마음에 들어 기억하는 글인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초급자에게는 금과옥조 같은 말이다. 초급자들은 상수가 두는 족족 손따라 두기 일수다. 자기의 의지나 계략이 약하다 보니 상수가 두는 곳은 다 중요한 자리인가 싶어서 계속 따라 다니다 보면 어느새 집부족이 되어 버린다.

 

나라고 별수 있나? 속기로 두다 보면 형세를 읽는 힘이 부족해 지고 정신을 차렸으땐 이미 판은 기울어 버린걸..

 

프로는 한 때 바둑에 인생을 올인한 사람들이다. 심지어는 초등학교마저 중퇴하고 바둑만 둔 프로도 있다. 아마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바둑, 바둑, 바둑만 두었을 것이다. 정석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맥사전, 사활집을 달달 외우고 매일 문제풀이와 실전을 통해서 져서 울고, 실수 때문에 울어 가면서 가수로 데뷰하려는 아이들이 하루 10시간씩 춤 연습을 하듯이 그 이상 시간을 들여 바둑을 연구했으리라.

 

그런 사람도 미쳐 상대방의 반격의 수를 예상 못해서 당황해 하는 것이 바둑이다.

그런데 기본도 못 갖춘 아마츄어가 어찌 상대방의 의중을 다 알기나 하는것처럼 척척 둘 수가 있으리오..

경솔은 패망의 선봉이다. 막 두는 것과 생각해서 두는 것의 차이는 두점이나 세점의 차이가 날 것이다.

감각을 훈련하기 위해서 속기로 두는 훈련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버릇되어서는 안된다.

대책없이 너무 장고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빨리 손이 나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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