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원 / ChFC CRPS 공인 재정/투자 상담가>
재정 칼럼 제목 치고는 제목이 다소 엉뚱합니다. 그러나 독립(Independence)이라는 말은 어쩌면
재정 운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은퇴계획을 한마디로 정의 한다면 바로 “남에게 신세
안지고 내가 스스로를 책임지겠다”라는 말인데 한 단어로는 “독립”입니다.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은 부모님이나 자녀들 모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직업상 재정 상담가는
많은 은퇴자 또는 연로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 분들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잘 듣고 파악해야 하는데
그 중에 상당 부분은 자녀들에 관한 것 입니다. 성장한 자녀들에 대한 섭섭한 점도 자주 대화 속에 등장하는
메뉴입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재산 중 단 한 푼이라도 자신이 미워하는 특정 자녀에게 가지 않토록 상속계획을
만드신 분도 계십니다. 불행한 일 입니다. 얼마전 두 자녀를 출가 시킨 한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딸과 아들을 각 1명씩 두신 분이신데 약
1년전에 막내인 아드님을 맘에 쏙 드는 며느님에게 장가를 보내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 뵈었을 때에는 자녀들에 대해서 기쁜 마음 보다는 섭섭한 마음을 더 많이 토로하셨습니다.
미국에 이민 와서 정말 많은 고생 가운데에서 정성껏 기른 아이들인데 결혼하고 난 뒤 부모님께 소홀해져서 야속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며느님과 사위에 대한 불평의 말씀도 살짝 계셨습니다.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 자녀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것은 자식을 둔 모든 부모님의 소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는
이러한 바램을 실현할 수가 없는 사회입니다. 특별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와 수년 전에 있었던 신용 위기와 같은
커다란 변혁이 있을 때에는 더욱 더 그러 합니다. 부모님을 보살피고 도움을 주어야 할 젊은 자녀들
본인에게 많은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이 직장을 잃거나, 운영하던
사업체가 문을 닫아서 실업자가 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노후에 자녀들의 도움을 받기는
커녕 이미 30, 40이 넘은 자녀들의 생계를 거꾸로 도와 주어야만 하는 역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입니다. 자신은 절대 나이 먹어서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어떤 연로하신 고객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부모 잘 보살피고 용돈도
잘 주는게 효자가 아니라, 그저 손 안벌리고 자기 식구 잘 건사하면서 살아주는게 효자야"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며 촉발된 핵 가족화는 과거의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과거에는 부모님이 물려준
농토와 가옥을 자식이 삶의 기반으로 삶고, 그 기반을 물려주신 부모님을 부양했던 것 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각자 자신의 삶을 개척해서 살아가는 시대 입니다. 경제적인 독립은
부모님이나 자녀들이나 각자가 꼭 성취해야할 자신의 몫이 되어 버렸습니다. 각자 경제적으로 자신을 책임지는
토대 가운데 자식은 부모님을 간병할수 있고, 부모님은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토대 가운데 어려운
인생의 풍랑을 만난 자녀를 도울 수 있게 됩니다. 얼마 전 읽었던 신문기사를 보면 중국, 대만, 미국, 프랑스의
국민들에게 은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더니 “자유”를 의미한다고 대답하였고, 한국인의 55%는 경제적 어려움부터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은퇴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된 배경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바로 자녀를 부양하는 자세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서구의 나라에 비해 한국 부모님들은 자녀의 교육에 더 많은 정성을 쏟는데 통계에
의하면 중산층 가정의 일년 수입 중 15%가 자녀들의 사교육비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교육은 물론 평균 약 8,000만원에 달하는 결혼 비용도 부모님의 몫이 되기 일쑤
입니다. 이러다 보니 정작 한국의 부모님들은 자녀가 결혼을 하고 나면 수중에는 은퇴 생활을 위한 재정적인
능력이 턱없이 모자르게 됩니다. 한국에서 자라난 젊은이와 미국에서 자라난 젊은이를 비교해 볼때 약간의 생각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는 자신의 책임이며 부모님의 재산은 나와는 상관없는 부모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에 한국의 젊은이들은 은연 중 대학교육비와 결혼비용은 당연히 부모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로 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게 하는 것이 자녀 교육의 첫번째 목표라고 한다면 어려울때 부모님께 의지해야 겠다는
생각은 어렸을때 부터 갖지 못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어느 한 가정이 한달에 $500을 저축할수 있다고 할때 미국 가정은 대부분 본인들의 은퇴구좌에 저금을 하도록 선택을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인 가정은 아이들의 학자금 구좌에 저축을 하도록 선택합니다. 하지만 자녀의 대학교육은 어차피 4-5년이면 끝이 나고 정 상황이 어려우면 파트타임 직장과
학자금 융자 등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의 은퇴생활은 10년에서 20년에 걸친 장기간의 생활이고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입니다.
냉정한 이야기 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녀들의 어려움을 자신의 어려움으로 여기고 자녀를 도와줄 부모님은 많지만, 부모의 어려움을 내 어려움처럼
도와줄 자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부모라는 위치는 평생 자녀에게 섭섭한 감정을 갖고 살아 가도록
운명 지어 졌는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것은 우리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조상들이 그러한
“내리 사랑”이라는 운명을 가지고 살아갔을 것입니다. 타국의 지배를 받는 나라보다 독립되고 부강한 나라가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남에게 신세지지 않는
은퇴생활이 보장될때 자녀를 비롯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독립된 부모,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독립된 자녀, 그러나 마음적으로는 서로에게 깊이 연결된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바람직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입니다. 부모님은 젊어서부터 연로했을때 독립적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하재원: 문의 전화 847-486-9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