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때(행마를 할 때)는 모름지기 서로 연관 되는 수로 응수해야 한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독불 장군이 되어서는 주위에 사람이 붙어 있질 못한다.
아무리 9점 하수라도 비상사태의 국면이 되었을 때는 나름대로
무언가 계략이 있어서 그 수를 두었을 것이다.
그것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고수의 착점에는 더더군다나 반드시 어떤 계략이 있다. 저 수는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손을 빼다가 몇
수 안가서 대마가 비명횡사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그러므로 상대방의 수에 대해 거기에 합당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것이 동수상응이다.
비록 그 근처에 응수를 하지 않더라도 전체 판을 읽어서 거기에 합당한 수로 대응해야
한다.
바둑돌은 장기와 달라서 한 번 놓이면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다음 수로 인해 그 역할은 수시로 바뀐다.
고수는 먼저 놓여진 돌이 비록 악수였다 해도 그 돌이 살아 숨쉬게 만드는 능력이
있고 하수는 가착(佳着)을 두고서도 그 돌의 역할을 아주 못쓰게 만들기도 한다.
은퇴한 홍종현 九단(경기고, 서울 법대 출신)은 '한 수 둘 때마다 한 집씩 만든다면 바둑은 이긴다'고 했다.
돌의 역할, 그것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 이것은 예술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바둑은 수학에 가깝지 않고 예술에 가깝다.
외국에서는 수학, 과학자들이 바둑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동양의 깊은 오묘함은 평생 연구해도 알 수 없으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