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얼마 전,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할머니께서 무거운 짐을 들고 전철을 타셨다. 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나도 서 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청년과 신문을 보는 아저씨, 통화를 하는 여고생 등 주말이라 그런지 전철
안은 만원이었다. 얼마 뒤, 쉰 살 정도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할머니는 아주머니에게 말씀하셨다.
“난 조금 있으면 내려, 정말 괜찮은데…….”
그러자 아주머니가 “할머니, 저도 조금만 더 가면 내려요.” 하며 자리를 내드렸다. 할머니는 앉긴
하셨지만, 아주머니 자리에 자신이 앉았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맘 편히 등도 펴지 못하고 불편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때가 구로역. 역을 거칠 때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한산해지더니 나에게도
자리가 생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내 잠이 쏟아졌다. 내가 다시 잠에서 깨어난 곳은 천안역 바로
전 역인 두정역. 그런데 내 건너편에 아까 그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두 분은
서로에게 자신의 집이 '천안'이라고 하면 부담이 될까 봐 “조금만 더 가면 내려요.”라고 말한 것이
었다.
가슴이 따뜻하다 못해,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이 훈훈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혹시라도 잊을까 황급히 수첩을 꺼내 적었다. “조금만 더 가면 내려요.”
-송용완/충남 천안시-
굿모닝~!!!!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가슴엔 훈훈한 꽃이 피고, 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어찌할 줄
몰라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합니다.
저는 ‘배려’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행여 상대방이 섭섭해 할까, 행여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까
마음을 헤아리고 행동하려고 애씁니다. 그럼에도 저로 인하여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은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절하는 것이 어려워 내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저를 아끼는 지인과 대화하다가 썩 급하지 않은 일, 영양가 없는 일은 줄이라는 충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거절하지 못해서 떠안은 일이 제법 많습니다. ‘배려’도 좋고 상대방의
‘기쁨조’ 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러다가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