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고 물을 주며,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시기를 기다림 >
“이 일이 우리를 위함이 아님을 알기에 감사합니다. -
125에이커의 넓은 땅에 길을 내고 길 양쪽으로 오렌지, 올리브, 망고, 무화과와
여러가지 꽃나무들을 심었습니다. 나무들을 다 심고, 손가락이 패이도록 무겁게
가지고 온 물을 주고, 둘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 투성이가 되어, 여러가지
생각에 젖어서 어린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목사님께
서 손을 잡으시더니 나더러 기도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우리를 위함이 아님을 알기에 감사합니다. 이 나무
들의 열매를 누리게 될 아이들과 그들의 후손과, 또 그 후손과, 또 그들의 후손들을
오직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하면서 울컥하면, 아무리 남편 앞이라도 창피한 생각이 들어 꾹꾹 눌러서 참았
습니다. 그리고 둘이서 한참동안 아무 말없이 바람부는 언덕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
다. 스치기만 해도 가시때문에 고생을 하게되는 억센 선인장 사이에서 회색 깃털까지
그대로 붙어있는 새 집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선인장 가시에 조금 찔린다고 해서 죽을 만큼 아픈 것은 아닌데, 가시에 찔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사람을 위축되게 하는 것같습니다. 목사님은 기계처럼 일하시고 높
은 구름이 노을빛으로 타들어갈 무렵에야 아쉬워하면서 주섬주섬 집으로 돌아갈 준
비를 하셨습니다. 좋은 장소를 골라 사과나무들과 배나무들을 심고, 나로써는 들수도
없는 큰 돌들을 주위에 둘러주고나서 같이 손을 잡고 기도할 때, 목사님 오른손이 경련
을 일으키듯 떨리는 것을 느꼈는데도 힘들단 말도 한마디 안하십니다.
우리가 아무도 살지 않는 황무지에 계단을 만들고, 나무들을 심고, 근육이 찢어지
는 것 같이 아파도 손에 든 물통을 놓치지 않고 꼭 들고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이유
가 무엇인가요?
현실은 몸을 조금만 틀어도 온통 가시밭인 것처럼 아프기만 한 것 같은데, 우리가
오늘 이렇게 온 맘과 힘을 다하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어느날 비가 많이 오
거나 하면 그냥 죽어버릴 수도 있잖아요.
하나님께 따지듯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달라, 달라하고 하나님께 이것저것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
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드릴 만한 깨끗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동안만해도 여
러가지 걱정으로 온전히 기쁜 맘으로 하나님께 기도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부
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한 생각이 들자, 뿔라는 떠나 집에 도착할 무렵에 완전
히 깜깜해져서 부끄런 맘을 숨길 수 있는 어둠이 좋았습니다.
사역을 하면서 가시가, 아주 많은 가시가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아 맘이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눈을 뜨면, 오늘은 밀린 전기요금 때문에 전기가 끊어졌는
지, 스테프들에게 무슨 일은 없는지 걱정하는 일이 피를 마르게 합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만 아시고 판단하실 수 있는 온전함과 정직함
을 예배로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많이 일하지 못해 안타까와하는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어떤 한 사람
과 옆에서 별 도움도 안되면서 더 힘들어 하는 어떤 다른 사람의 모자란 오늘의 예
배가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졌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