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길원 주필 / 언론인>
한세기 지켜온 시카고의 ‘장자교회’
제일연합감리교 창립 90주년
1923년 9월 둘째 주일에 창립된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가 어언 90주년을 맞았다. 일제 강점기 망국의 설움을 안고 어려운 시기 미국 시카고에 살던 우리의 조상들이
조국 독립을 위해 새운 교회가 바로 이 교회다. 이보다 앞서(1919년-1922년) 시카고대학 인근 Lake
에비뉴와 시내 Lincoln 에비뉴에 흩어져서 기도회를 갖던 민족의 선각자들인 염광섭(심리학 박사) 황창하(한인학생회보 주필)
팀과 도산 안창호와 가까운 동지였던 김경, 강영소 팀 6명이 함께 모여 하나가 되었다. 이들은 당시 노스웨스턴 대학교 게렛 신학에 유학 와 있던 기미년
3월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지도자 33인 중의 한 분인 김창준 목사를 초대 담임
목사로 모시고 미감리교단의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한인감리교회를 발족 시켰다. 교회측은 이번에 기념 학술 강연회에서
8대 담임 목사였던 조은철 목사의 특별 강연을 통해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소통과 화합으로 교회를 성장시킨 김창준 목사의
뜻을 기렸다.
제일감리교회를 흔히들 민족교회 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 잃은 백성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국 땅에서 세운 교회일 뿐만
아니라 건국 초에 수많은 애국자들과 지도자들이 시카고 땅 제일감리교회와 인연을 맺었다. 1932년 2대 담임 목사로 갈흥기목사(초대 공보실장)가 부임했다
1938년 6월에는 훗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 박사가 교회를 방문한 일도 있었다. 1948년에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를 제패한 서윤복
선수와 손기정 선수가 귀국 길 시카고에 들러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그 밖에도 수 많은 명사들이 이
교회를 거쳐갔다.
민족 교회 어머니 교회로 발전
조병옥(정치가), 황성수(국회 부의장), 김태선(서울시장), 김훈(상공장관), 오천석(문교부 장관), 한승인(서독 공사), 최규남(문교부장관), 윤일선(서울대 총장), 김활란(이대총장), 고황경(서울여대 창설자), 노재명(충북대 총장),
김매리(광복 후원 근화회 회장), 손진실(손정도 목사 딸), 전규홍(서독공사,
5.16이후 미국 망명), 김여택(사업),
정보라 박사(치대 교수) 등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감리교와 인연을 맺었다.
음악가로는 윤심덕(사의 찬미, 현해탄에서 투신으로 유명),
이유선(성악가), 홍난파(작곡가), 현재명(작곡가), 곽정순(바이얼리니스트), 조태권(지휘자), 안익태가 있다.
특별히 안익태의 ‘애국가’와 현재명의 ‘고향생각’이 시카고감리교회를 요람으로 작곡 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카고 컨서버토리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하던 안익태는1930년대 감리교회를 다녔다. 그러던
중 그는 목사님과 유학생들을 만나면서 애국심이 북돋아 우리들이 현재 부르고 있는 애국가를 작곡한 것이다.
음악가 현재명 전 연세대 음대 교수는 1920년-1930년대 까지 시카고에서
외로운 유학생으로 살았다. 가끔 미시간 호수에 나가 두고온 고국을 그리워 하며 국민 가곡으로 애창되는 “해는 저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라는 ‘고향생각’을 작곡한 것이 바로 감리교회를 다니던 교인 때 였다. 시카고는 한국과 관련해서 볼 때도 음악의 도시이다. 앞으로 시카고 보타닉 가든에 한국정원을 유치하는데 이 역사적인
행적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감리교 발자취 90년을 뒤돌아
보면, 역사와 민족에 대한 감사와 감격이
북바쳐 오른다.
1936년 이은택 목사가 5대 담임
목사로 부임한 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으며, 그의 장남인 조셉 이 내외가 현재 이 교회를 다니고 있다.
광복과 해방 후에도 조국을 향한 감리교의 애국심은 변함이 없었다. 6.25 전쟁 때는 고국 동포들에게 미국 교회의 협력으로 구호품을 수집하여
보내는데 앞장섰다.
음악회 등 다채로운 경축행사
교회는 90주년을 맞은 올 한 해 다채로은 경축 행사를 거행했다. 새해를 맞은 1월1일부터 9월까지 전교인 신약 통독, 기념우표 발행, 5월에는 교민초청
건강 세미나를 개최했다. 광복의 달인 8월 바리톤 고성현 초청음악회,
창립의 달인 9월에는 더 바빴다. 1일 학술
강연회, 7일 교회대항 골프대회, 8일 하이라이트인 기념예배와 만찬,
그리고 15일 어려운 이웃돕기 5k 달리기가
남아 있다.
특별히 8월 25일 시카고 노스쇼어 퍼포밍 아트센터에서 가진 음악회는 우리 이민사에 기록 할 만한 우리생에
최대의 음악회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푸치니, 밀라노,
나비부인 등 이태리 국제 콩쿨에서 1위를 휩쓸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 국제
콩쿨 1위를 수상한 세계적인 한국인 바리톤 고성현을 시카고 동포사회에 선보여 준 쾌거는 김광태 담임목사의
리더쉽과 준비 위원장 김동윤 장로, 지휘자 정춘남 트리오가 만든 걸작이다. 기념예배에서 축사를 한 이훈경 감리사는 장자교회인 제일감리교회만이 할 수 있는 좋은 음악회 였다고 극찬을 했다. 평소 양질의 공연문화 창출에 열의를 쏟고 있는 시카고 클래시컬필하모닉 정춘남 지휘자는 시카고가 낳은 작곡가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의 악보를 다시 정리하는데만 4개월이나 걸렸다고
실토 했다.
100년 향한 원대한 비전 제시
제일 감리교회는 일찌기 애국지사, 독립투사, 유학생들이 세운 민족교회다.
고국의 민주주의가 신음하던 군부독재시절에는 교회
문을 개방하고 “어느 민족 누구게나 결단 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건가---”
찬송가 521장이 힘차게 울려 퍼지던 교회다.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는 사회관을 만들고, 대학 목회실을 창설했다. 한흑 갈등이 심할 때, 한흑 합동 성가의 밤을 개최해 인종을 초월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솔선
수범했다. 교회 내에 역사관을 설치해 자라는 2세들에게 정체성을 확인
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제공, 장자교회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90주년 기념 예배의 세대별 감사 기도에서, 박채영 학생대표는 “100주년을 향해 건강하게 나갈 수 있도록, 100주년에는 우리들이 어른이 되어 교회를 이끌어 가게 해 주십시요" 라고 기도를 올렸다.
비전 선포식에서 민족교회, 장자교회, 어머니
교회로서 동포를 돕고 본이 되는 교회가 되자고 다짐했다. 대접 받은 만찬도 신자들이 손수 만들어 장자교회
다운 정성과 사랑으로 풍족함이 넘쳤다.
90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닌 제일 감리교회는 소속 교인들 만의 교회가 아니다.
시카고 이민사의 산 증인인 우리 모두의 교회다. 그래서 여기에 오면 종파를 초월해
내 교회와 같은 평온함을 느낀다. 70년-80년 때 제일감리교회는 김수환 추기경이 이끌던 명동성당 처럼 시카고 민주화의 성지였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 교회도 곡절이 많았겠지만, 고난과 시행착오를 딛고, 면면히 이어온 90년, 하나님 나라 역사 창조에 적극
동참한 제일감리교회는 시카고의 자랑이다. .
“아브라함과
사라는 90에 잉태를 했다”는 Sally Dyck 감독의 축하 설교처럼, 90살에 더 젊어지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 90년의 역사가 감독의 설교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