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으며

by skyvoice posted Sep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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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렬 /문필가>

 

내 곁으로 찾아온 가을 들판길을 걸으며 생각에 젖어든다. 가을은 어떤 빛깔을 내고 있을까빨갛고,노랗고, 파랗고, 하얗고, 그리고는 황금색이고........

무르익어가는 가을길을 걸어가다보면 나도 저렇게 영글고 익어질까 두려워서 파란 하늘 위로 뭉게 뭉게 퍼져가는 뭉게구름을 끌어내 온몸 가득히 덮어본다. 한국의 내고향 들판에는 황금색의 물결로 뒤덮이고 머리 풀은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처럼 제멋대로 피어나서 하얗게 빛살처럼 퍼져오른

억새풀들은 서로가 뒤엉켜서 가을의 소리를 멈출 줄 모르는데 영글어 가는 가을은 쉼없이 다가와 내 마음과 머리 속으로 파고 든다. 가을이 만들고 이루어낸 기나긴 길을 밟으며 한없이 발걸음을 옮겨본다. 해지는 서녘 하늘은 저물어 서리맞아 붉어진 홍시빛깔을 내며 지평선 너머로 숨박꼭질을 하듯이

손을 저으며 사라져 간다.

성큼 다가온 가을에 여름이 가고있다. 매미소리가 잦아 들고 아침 저녁 서늘한 기온이 옷깃 속으로 파고 든다. 여름내 땀흘려 일한 농부는 이제 풍성한 결실을 꿈꿀 것이다. 땀흘려 일한 자만이 맛있는 밥을 지어 먹을 자격이 있다. 한여름 떙볕의 불볕 더위 속에서 고생하고 땀흘린 사람만이 가을의 서늘함을 반가와 할 수있다. 에어컨의 냉기속에서 여름내 건강을 주는 한번 제대로 흘려보지 못한 사람들은 계절의 순환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지열(地熱) 축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직 노동에서 오는 피로감만이 감미로운 휴식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가을에는 일하고 싶다. 새벽하늘 별빛을 바라보며 집을 나서고싶다. 물과 바람과 햇빛 속에서 일하며 창조주의 손길을 느끼고 싶다. 한가을 들녘, 일손을 잠시 멈추고 논둑이나 밭둑 위의 돌멩

이를 의자 삼아 걸터앉아 먹는 점심밥을 사랑하고 싶다. 교회의 저녁 종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마치 밀레의 그림 속 저녁 종에 나오는 농부처럼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생명을 주신 조물주에게 기도를 드리고 싶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피곤함 속에서 금새 깊고 달콤한 잠속으로 빠져 들고 싶다.

생뚱맞은 늦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오는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인간들이 개발사업과 현대문명 속 발달의 폐해로 학대 당하고 있는 자연은 기상이변과 재해로 세계곳곳에 분노의 몸짓을 연이어 드러내고 있고, 오르락 내리락 널뛰는 주가의 징후가 보여주듯 세계의 경제는 위기에 처해 몸살을 앓고 있다. 가을이 찾아 왔는데 이제는 세상이 조용하고 평안했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매일 매일이 시끄럽고 못살겠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렇지만 가을에는 좀더 많이 사색도 하고 번잡하고 소란스런 현실을 떠나 혼자 쓸쓸해하고 고독해보는 그런 가을을 맞아보는 것이 좋을듯 하다.

온갖 나무와 풀잎들이 색색으로 물들고 낙엽이 떨어지며 시와 노래와 그리고 사람이 그리울 때 따뜻한 한잔의 차라도 마시며 이 가을을 음미해 보도록 하자. 옷깃이 여며지고 따뜻한 차와 한잔의 술이 생각나고 사람이 그리울 때, 그때는 호젓한 코스모스길을 걸어가며 찾아온 가을을 한껏 배부르게 먹어 보는것도 좋으리란 생각이든다.

한국은 올해 유난히 덮고 끝없는 장맛비로 한여름동안 몸살을 앓았다. 이제 지겹고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높고 푸른하늘이 열렸다. 서늘한 바람결이 사랑하는 아내의 손길처럼 정겹고 살갑다. 더위가 물러간 밤하늘에는 미녀의 눈썹같던 초승달이 통통하게 몸을 불리며 한가위를 찾아 쉬지 않고 달려간다. 햇곡식과 햇과일의 풍성한 수확을 앞두고 가을의 한가위와 어깨동무를 하고 성큼성큼 다가온다.

언제나 신록이 우거져 숨을 쉬는 열대지방이나  로리다지방을 제외하고 한국이나 시카고 등의 온대지방은 4계절이 뚜렷한 축복의 땅에서 살고 있다. 봄은 새싹을 기르며 희망을 가꾸는 청소년의 계절이고, 여름은 가을의 풍년을 기약하며 땀흘려 일하는 청년의 계절이다. 가을은 애써 가꾼 결실을 거두는 풍요롭고 가슴 벅찬 성년의 계절이고, 겨울은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인생을 정리하는 노년의 계절이다.

인생을 정리하며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인생의 가을을 맞으며 후회보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소망이고 꿈이다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들의 생명에도 당연히 한계가있다.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다. 주어진 생명이 영원한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인간이 지닌 부질없는 욕망때문이고 특권이나 있는 것처럼 착각한 때문이다. 우리가 보람있는 일생을 살려면 인생의 4계절을 황금처럼 여기며 피와 땀과 눈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주는만큼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축복의 땅에서 인생의 찬란한 꿈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소망의 성취는 소년기와 청년기를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 소년기와 청년기를 소홀히 살면 황금같은 세월을 놓치고 만다.

세월이란 특급열차는 멈추는 역이 없다. 쉬지않고 달리는 것이 세월이란 특급열차다. 소망의 성취는 피땀이 고인 노력만이 가능하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다.

돌이킬 수 없는 인생, 후회없는 노년을 맞으려면 도전하는 정신으로 개척하는 길만이 인생을 아름답게 살았다고 할것이다. 아무리 험난한 일이 부딫치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며 씩씩한 도전정신으로 뜨겁게 살기를 바란다. 그 결과는 반드시 풍요로운 인생의 가을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