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 동화작가; 구연가>
“고마워라 임마누엘 복되고 즐거운 하루하루”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가정 예배를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찬송이의
표정이 어두웠지요. "찬송아 예배는 즐겁게 드려야지. 왜 그렇게 잔뜩 찌푸리고 있어? 혹시 무슨일 있었니?" 엄마의 말에
찬송이는 입을 쑥 내밀었어요. “민규때문에요…” "민규? 민규가 누구야? 학교 친구니?" "네. 글쎄 며칠전에 내가 먹고 있는걸 뺏어 먹는거예요. 나눠 먹으라는 말이 생각나서 아무 말 않고 참았더니 이젠 매일 '겁쟁이, 예수쟁이' 라고 놀려요. 그리고 공부시간에도 등을 꾹꾹
찌르며 이것저것 달라고 귀찮게 해요." "저런, 많이 속상하겠구나" 엄마는 걱정을
하시며 찬송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셨어요. "찬송아, 민규를 위해 기도하고 하나님께 좋은 생각을 구하기로 하자." 아빠의 기도로
가정 예배는 끝이 났어요.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민규는 찬송이를 괴롭혔어요. 어느 날이예요. 그날도 찬송이는
마음이 상한 채로 저녁예배를 드리고 있었지요. 그날 말씀은 '네 원수가 배고파 하거든 식물을 먹이고 목말라 하거든 물을 마시우라' 잠언 25 장 21 절 말씀이었어요. 말씀을 모두
읽고 났을 때 찬송이 누나 찬미가 큰소리로 말 했어요. “아빠, 원수를 먹이래요. 민규는 찬송이를 괴롭히고 먹을
것을 뺏기도 하는 원수같은 아이잖아요. 그런데 여기 말씀이 원수에게 식물을 먹이라고 써있잖아요.” 찬미의 말에
가족 모두 성경을 다시 읽었어요. "그래, 찬미가 아주 좋은 생각을 했구나. 찬송아,
우리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해 볼까?” 아빠 말씀에
찬송이는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지요. "좋아, 누나. 그런데 민규한테 뭘 주지?" "글쎄… 아,
밥! 점심에 급식을 대신 타다주면 어떠니?" "음…그것도 좋지만 엄마 생각에는 민규가 좋아하는 것을 갖다주면 좋겠다. 찬송아, 민규가 뭘 좋아하니?" "민규는 사탕을 좋아해요." "그래? 그럼 내일은 사탕을 사다 주어라. 그리고 오늘도 민규를 위해 기도하자. 민규가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말이야" 아빠의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민규를 위해 기도했어요. 다음날 아침이예요. 학교에 가는
찬송이 가방 속엔 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야, 겁쟁이 예수쟁이.
지우개 내놔." 오늘도 민규는
공부시간에 찬송이 등을 쿡쿡 찔렀지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찬송이는 웃는
얼굴로 가방 속에서 사탕을 한 웅큼 집어 들었어요. "자, 지우개…그리고 사탕. 민규야, 맛있게 먹어. 하나님이 너한테 먹을 것을 주래" "뭐? 뭐라구?” 민규의 눈이
휘둥그래 졌어요. 쉬는 시간에도
민규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찬송이를 이상하게 바라보았지요. "자, 하나님의
선물이야. 너한테 먹을 것을 주래." 찬송이는 며칠동안
계속 민규에게 사탕과 과자를 주었어요. '정말 웃기는 놈이네. 이상한 말만 하고… 에라,
모르겠다 먹고나 보자' 민규는 이상하게
생각 되었지만 잘 받아 먹었어요. 그러던 어느
토요일이에요. 수업이 끝나자
민규가 찬송이를 불렀어요. "찬송아, 너 내일도 교회가니?" "응, 왜?" "야, 몇시에 가냐? 내가 같이 가줄까?" "뭐, 정말이야? 그래 같이 가자. 9시 30분 이니까
내가 너희집에 9시까지 갈께. 야, 너랑 같이가면 너무 좋겠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찬송이는 민규를
보며 활짝 웃었어요. 민규도 멋적은
듯 찬송이를 보며 씨익 웃었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찬송이의 발걸음이 가벼웠어요. 기쁨의 찬송이 흘러나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