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적이나 옛 서원들의 문틀은 아주 작아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히기가 쉽습니다.
'머리조심'이라는 경고문은 항상 머리를 찧고 나서야 발견이 되곤하죠.
크고 높은 문, 높은 천장에 익숙해져서 뻣뻣해진 우리에게는 낮은 문이 영 불편합니다.
하지만 사찰에서 며칠 묶거나 유서 깊은 고택에서 며칠 묵고 나면
문을 드나들 때 항상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규모에 대한 허영을 버리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몸으로 겸손함을 익히게 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작은 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처럼 마음을 낮춰서 한해를 돌아봅니다.
좋았던 일보다는 힘들었던 일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지만
자세를 낮추고 돌아보니
그래도 좋은 사람을 만난 일이 더 많았고
별 다른 일 없이 지나온 시간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