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지우드에서의 하루 / 이효섭

by 관리자 posted Sep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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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지우드.jpg

 

<이효섭 / 장의사>

 

릿지우드는 시카고 한인 타운에서 가까운 묘지공원 이름입니다. ‘릿지우드 추모공원이 정확한 이름이지요. 쉽게 말하면 릿지우드 묘지공원. 거기에는 한인이 주로 묻혀있는 구분된 지역 (Section)이 두, 셋 있습니다.

오늘이 추석이라 어제는 추석을 맞는 일요일이고 성묘 오는 가족들이 많으리라 생각하며 성묘객들에게 도움이 될까하고 하루 릿지우드에서 일하였습니다.

저는 릿지우드를 소유하고있는 디그니티 메모리얼 장례회사 소속 장의사입니다. 오랫동안 릿지우드를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여 왔었기에 회사에서 한인 상담원을 고용하였으나 현재는 없어 제가 장례와 묘지를 전담하며 봉사합니다.

대부분의 공원 묘지는 아침 8시에 열고 5시에 닫습니다. 제가 아침 일찍부터 한인묘지구역에 물을 준비해서 가 있었습니다. 아침일찍 4대의 차량으로 한 가족이 왔습니다. 꽃을 갖다놓고 온가족이 둘러서서 기도를 하고 모였습니다. 보기에 좋았습니다. 제가 조용히 가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저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는지요

물으니

모두 좋습니다. 만족합니다

고 하였습니다.

바로 옆 비석에 낯익은 이름이 있기에

반갑다

고 했더니 사돈이시라고 하십니다. 여기는 부모님들이고 저기는 사돈댁들이고 또 옆에는 누구고.....함께 살던 가족들이 가족묘지를 만들어 함께 있으니 참으로 좋아 보였습니다.

70을 오래전 지나고 80을 바라보시는 건장한 형님(?)과 같으신 분이 오셨읍니다. 어머니 묘를 찾아 왔다면서 국화꽃을 놓으시고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잘 놓으셨습니다. 저와 몇마디 나누시고 인사하고 가야 겠다면서 이배를 하셨습니다. 허허 벌판에 비석은 땅에 깔은 납작한 것이어서 멀리서 보면 혼자 허공을 바라보며 큰절 하는 것이였습니다.

한국처럼 봉분도 없고 땅 위에 이름 석자 새긴 비석도 없는데 2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매년 매 절기에 찾아와 큰 절을 올리는 아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가 밟고 있는 그 땅 아래 그가 간직한 어머니의 육신이 있기에 마음 속의 어머니를 눈 앞에 모셔놓고 한 번, 두 번 올리는 큰 절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머니의 영혼도 내려다 보시고  참으로 기뻐하시리....

아침에 작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녀가신 곱게 차림하신 누님(?) 같으신 분이 두 시간 후에 저를 찾아 오셨습니다.

내가 아침에 남편 비석앞에 꽃 화분을 두개 갖다 두었는데 없어졌다.....

아침에는 혼자 오셨고 이제는 교회 분들과 왔는데 아침에 두고 간 꽃이 없어졌답니다 안타까움과 실망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어찌 남의 묘지에 있는 꽃을 훔쳐갈까? 함께 오피스에 가서 도난 보고를 하였습니다.

릿지우드에 한인들이 많이 묻혀 계시는 16구역 전면에는 호랑이 모자이크가 있는 큰 기념비 (비라기보다는 집이라는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KIM’이라고 크게 씌여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 모양처럼 뒷면에는  색깔유리로 호랑이를 장식해 둘렀고 앞에는  양쪽 큰 대리석 기둥으로 지붕을 받히고 있습니다. 늘 오고가며 저 기념비는 어느 김씨 종가에서 단체로 하였나 보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차가 한대 가까이 서고 60대 말 70대 초로 보이는 부부께서 청소도구를 갖고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가서 윈덱스로 기둥을 반들반들하게 닦고 구석 구석을 청소 하셨습니다. 남자분은 주위의 나뭇가지를 자르고..... 조금 후 제가 가서 소개 드리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이 설명하시기를 15여년 전에 본인이 개인적으로 여기를 사서 어머니를 가운데 모셨고 기념비도 자신이 세웠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호랑이띠 이시기에 인자한 모습의 호랑이를 찾고 찾아 모자이크로 만들었으며 기둥도 미네소타에서 만들고 가져 왔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홀 어머니이셨다고......... 그래서 어머니 돌아가신후 이전 한국의 풍습처름 3년동안 매일 왔었다고..... 이젠 이전처럼 매일은 못 오지만 자주 온다고....... 미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도 집에 올때는 공항에서 여기 할머니 먼저 뵙고 집네 온다고....... 초노를 풍기시는 아들과 며느리께서는 돌들을 광택이나게 딱으시고 주위를 정결하게 가꾸고 가셨습니다. 미주에서 한국의 문화와 한국의 장례와 한인의 효성을 집합하여 알려 줄 수 있는 아름답고 귀한 교육의 산 교실입니다.

아들을 데리고 음식을 해왔는데 빨리 찾지를 못하시는 분이 계셔서 묘를 찾아 드렸더니 눈물로 일찍 오지 못함을 고한 가족도 있고, 형님 묘에 아내와 자식과 함께 와서 좋아하셨는 한잔을 올리는 모습, 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동생이 먼저 갔다고 안타까워하는 형님도 다녀갔습니다.

릿지우드에는 시카고의 큰 교회들이 교회 묘지를 많이 사두었습니다. 어제는 주일이었기에 여러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 후 교회 묘지를 찾기도 합니다.  릿지우드에도 두 교회가 같은 시각에 왔습니다. 한때는 한 가족  한 교회 한 공동체였는데 이제는 두 교회가 되어 따로 왔습니다 그리고 따로 예배를 드리고 갔습니다. 이심전심이라고 하나요, 내 마음이 말할 필요도 없이 전달되는 것을요? 제 삼자들이 볼때  느끼는 안스러움 같겠지요.

양복을 입은 한 어르신이 가위를 가지고 비석과 묘 주위를 열심히 자르고 계셨습니다. 그 옆엔 같은 년배의 부부가 오셔서 잠시 기도하고 가시려다가 옆사람을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아니 누구 아닌가? 이게 몇 년만인가?”.....

얘기는 물고 물어 한참동안 잊었던 세월의 마음들을 나누었습니다. 이 비석을 가리키며 그분에 대해, 저 비석을 가리키며 그분에 대해.............

한 분만 소개를 더하지요. 오후 시간 택시가 한대 왔습니다그리고 운전기사가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그 곳엔 트롬팻이 울려 퍼졌습니다. 귀에 익은 많은 찬송가가 연주되었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내영혼이 은총입어....... 나실째 괘로움 다 잊어시고........그 분은 매 주일 오후 이렇게 어머니 찾아와 트롬팻을 불어 드린다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시기를 바란다면서…..

이렇게 릿지우드 묘지에서의 하루는 저물어 갔습니다. 아침에 갈때는 일하러, 그리고 성묘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갔으나 하루종일 있으며 참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배운 것을 표현하고 싶으나 감정이 선수를 쳐 눈가만 젖습니다.

장의사로서 삶과 죽음을 항상 대하며 육신과 영혼을 생각해 봅니다. 선열들의 영혼들은 육신을 떠나 하늘나라에 가계시고  그 영혼들은 하나님과 천상에 계시지만, 우리의 삶을 내다보고 자식들의 마음들을 내려다보시며 자식들이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며 한자리에 찾아와 바치는 마음을 받으실 줄 압니다. 하나님 경외와 부모님 공경과 내 형제를 사랑함은 한 가지라 깨닫습니다. 2 계명이 기억됩니다.

성묘를 다녀오신 모든 분들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복이 자식과  손들에게까지 임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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