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교만

by skyvoice posted Sep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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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jpg

<김명렬 / 문필가>

 

어떤사람이 원로에게 물었다.

"겸손은 대체 무엇입니까?"

원로는 대답했다.

"그건 위대한 일, 신적인 일입니다. 겸손의 길은 육체적 고행에 전념하며 자신을 죄인들의 반열에 넣고 다른 사람 밑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그는 다시 물었다.

"다른 모든 사람 밑에 자신을 놓는다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이지요?"

원로는 다시 대답했다.

"그건 다른 사람의 죄가 아니라 항상 자신의 죄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언제나 하나님께 기도 드리는 것입니다."

다시 어느 수도자가 원로에게 청했다.

"제가 지키며 살 수 있는 한가지 일만 말씀해 주십시요"

원로는 그에게 말헀다.

"자네가 모욕을 받고 참아낼 수 있다면 그건 모든 덕행을 능가하는 훌륭한 일이라네"

겸손의 길은 육체의 노동을 쉬지 않는 것이며,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는 것이며,  자신을 모든 사람의 종으로 여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보며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겸손할 수 있는 기초이며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돌이켜 바라보면 나 역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죄인임을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이 좋고 나쁘고, 겸손하거나 오만함, 선한 사람인가 악한 사람인가를 판단하고 심판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지 인간이 판단하거나 심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 나 자신은 여전히 삶 속에서 내 주위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겸손하지 않는 사람이며 그렇기에 내놓고 남들에게 자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늘은 겸손한 자를 도와준다. 겸손하게 의견을 말하면 상대는 납득을 하고 반대하는 사람도 줄어든다. 그리고 내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면 나의 옳은 생각에 대해 상대방이 박수를 보내준다. 자기의 의견만 정당하다고 고집하지 말자겸손함이란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무조건 비굴할 정도로 나 자신을 깎아 내리고 낮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다.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고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역시 존중할 줄 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는 겸손함이 진짜 겸손함이다. 비굴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 자신이 겸손하면 손해를 보게 될까그건 아니다. 소학에는 종신양로 불황백보(終身讓路  不枉百步)

종신양반 부실일단(終身讓畔 不失一段)’이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평생동안 남에게 길을 양보해도 손해가 백보 밖에 안되고, 평생동안 밭두둑을 양보해도 단보를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자연은 우리 인간들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주는 위대한 스승이다.

몇년 전에 세상을떠난 김수환추기경님은 대지의 겸손함을 배우라 하셨다. 우리들이 발딛고 사는 발 아래의 땅은 언제나 우리들의 발 아래에 있지만 불평 한마디 안한다. 이 땅은 우리들에게 생활터전을 마련해 줄뿐만 아니라 온몸을 온전히 개방하고 태양과 공기를 품어 우리에게 먹고 마실 양식을 제공해 준다. 그러면서 아무런 생색도 내지 않는다. 심지어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오물과 쓰레기까지 묵묵히 받아들인다. 언제나 낮은 곳만을 찾아 흘러가는 물에서도 우리는 겸손의 미덕을 배울 수 있다.

겸손의 반대는 교만이다. 교만이야말로 수행이 덜 된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교만한 사람이 부귀와 권력까지 얻게 되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지나온 과정, 자기에게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준 사람을 모두 잊어 먹는다. 자기가 잘나서 그렇게 된 것인줄로 착각을 하고 인위적으로 위엄을 보이거나 권력을 세우려 한다. 그러다 결국은 자기의 교만에 빠져 화를 부르고 땅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자기를 낮추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달라이라마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크나큰 자비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겸손한 성품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겸손하게 되는 것은 어럽다. 우리는 교만하지 않도록 노력함으로써

겸손함에 조금더 다가설수 있을것이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는 옛날의 말은 지혜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마음속에 새겨 두어야할 금언이다.

사람들의 교만은 언제나 겸손의 뒷자락에 숨어서 따라다닌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첫시작은 겸손하여서 모든 사람들이 저 사람을 "어디한번 믿어볼까싶을 정도로 온순하며 믿음을 주다가도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겸손했던 지난 일들은 모두가 사라져 버리고 또다른 교만과 무례로 바뀌는 것이 사람들의 타고난 본능적 작태이다.

한국의 선거때마다 흔하게 보는 현상인데, 선거전에는 마치 허리병환자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손을 싹싹

비벼가며 시장바닥이나 골목 골목을 누비며 모든 사람을 상전 모시듯이 대하다가 선거가 끝나고 나서

당선이 된 신분이고보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바뀌는 모습들이 바로 교만이고 순진한 국민들을 향한 사기성 행동인 것이다. 그래서인가 교만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명은 품고 있는 교만만큼이나 짧다지만 반대로 겸손함을 잃지않고 일편단심 지켜가는 사람의 생명력은 오래도록 간다고 하지않던가.............!

지금까지 보아온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한평생 먹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재물을 긁어 모으는 데 걸리는 기간은 불과 2, 3년이라는 말이 결코 스쳐가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의롭고 겸손함을 잃지 않은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라서도 평생동안 먹을 것은 고사하고 몇개월 먹고 살 양식도 장만하지 못한다는데, 그릇된 사회관 속에서 굳어버린 사람들은 교만한 자들을 능력있다고 평하고, 의롭고 겸손한 사람을 가리켜 병신들이라고 한다. 이런 걸 보다보면 아무래도 이세상이 잘못되 가고 있으며, 불결하고 악취가 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같은 유쾌하지 못한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