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섭 / 장의사> 부모님이 돌아 가시면 주정부에서 장례비를 드립니다. 아시는지요? 어떤 분은 “내가 우리 부모님 장례 치르는데 왜 정부에서 돈을 주냐?”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정부에서 관 값이
나온다는데 맞냐”고 물으시고, “누구 누구는 부모님 장례 치르고 얼마
받았는데 나도 받게 해 달라”고 요구도 하십니다. 이미 우리 동포사회에서는 지난 수년동안 많은 분들이 장례를 치르고 주 정부의 장례
보조비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신청하시면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나
미국의 행정을 알면 그 이면에 흐르는 미국의 정신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 위에 세워진 나라이기에
우리 모두 이 땅에 이민와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의 문화로는 부모님의 장례는 마땅히 자식의 도리입니다. 그래서 여태껏 그렇게 해 왔고 또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미나를 하고 개인적으로 본인의 장례를 생각해 보고 미리 준비해 두시라고 권고의 말씀을 드리면
“내가 왜 하느냐, 자식들이 할텐데…..”하시고 대화를 중단시키기도 하십니다.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윤택하여 장례비가 전혀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자식들 키워 놓았으니 나의 마지막 경비는
너희가 책임져라’하는 보상심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미국의 삶과 정신은 우리가 배워온 한국적 정서와는 판이함을 잘 압니다. 우리는 ‘우리’라는 집합적인 관념입니다. 예를 든다면 ‘우리 엄마’ 라는
말이 가장 대표적일 수도 있겠지요. 가만 생각해 보십시요. 우리 문화가
얼마나 가족 공동체적인지……. 하지만 이 미국의 정신은, 우리 모두
잘 아시지만, 철저하게 개인중심입니다. 갓난 아기 때부터 독방에서 키우고
학교나 집에서도 본인, 자신을 중심으로 교육 시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 영어 문장을 쓸때 자신을 나타내는
‘I’ 는 항상 대문자 ‘I’를 씁니다. 소문자로 글을 쓰다가도 자신을 나타낼때는 대문자를 쓰지요.
그만큼 강한 자신을 나타냅니다. 똑같이, 나
자신을 주장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또한 존중해 줍니다. 그래서 나의 삶은 내가 책임을 집니다.
태어나서부터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갑니다. 나의 마지막 장례비도 나의
지출이며 나의 책임입니다. 이제 일리노이 주정부의 장례보조금을 살펴 보겠습니다. 이 장례보조비는 일리노이에 거주하는 극빈자 (Public
Aid 수혜자)가 사망하였을 때 지급됩니다. 극빈자란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을 말 하지요. 현재, 2014년, 예식 보조 $1,103, 장지보조 $552,
합하여 모두 약 $1,655까지 신청하고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조금을 신청하는 신청인의 조건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누가 신청할 수 있으며,
누구는 안되는가 입니다. 다음 세 사람은 신청 할 수 없습니다: 1.
생명보험의 수혜자, 2. 망자의 배우자 (미망인)
3. 망자가 18세 미만인 자의 부모. 이유인 즉, 생명보험 수혜자는 돈이 있으니 결격이고,
부부간의 장례와 미성년자의 장례는 자기 자신의 책임이기에 가난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부모님의 장례는 자식들의 책임이 아니기에 정부에서 보조를 해 주는 것입니다. 비록 자식이
백만장자이라도 부모가 가난하여 구호 대상이었으면 자식이 장례를 치룬 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글을 준비하며 함께 일하는 미국인 사무원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사람의 죽으면 그 장례는 누구의 책임이냐? 자식들이냐?”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의 사고로는 부모도 제 삼자인 것입니다. 극빈 구호 대상인 나의 부모님 장례가
나의 책임이 아니지만 내가 많은 돈을 들여 장례를 치렀기에 주정부에서 도와주는 셈입니다. 동포사회의 현실은
여태까지 연세든 부모님들께서 손자 손녀들 애 봐주러 미국에 오셔서 10년, 20년을 사셨지만 일 안하시고 세금 내신 것이 없기에, 사회보장 수입도 없고 하여 극빈자 정부
보조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미국 본국인은 이 프로그램을 모르고 있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장의사는 30년, 40년
경력의 장의사들 입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에 대해 확실히 모르고 있을 때에 한인 동포로부터 질문을 받고 동료에게
물으니 그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2년동안 미국인 장례를
치르면서 이 정부 장례보조비에 대해 질문하는 미국인 가족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평생 일하였기에 사회보장 연금도
있어 결격이 되기도 하지만, 본인들은 생명보험이나 혹은 자신의 장례를 모두 준비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장례비를 정부에 의지하지 않지요. 그리고 자식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식들 역시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당신께서 다 준비해 두셨어야죠”라고
원망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이민사회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적인 사고를 가진 동포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대가 지나고 미국식 사고를 가진 우리 자식들이 우리를 보낼 때는 어떻게 장례를 치룰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두 아이 모두 여기에서 태어난 애들입니다. 미국의 경제도 해가 갈수록 힘들어 지기에 매달 매달 빠듯하게 사는 가정을 많이
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경제
자립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민생활하는 우리만은 아닙니다. 미국인들도
역시 빠듯이 사는 사람 많겠지요. 모두 만만찮은 장례비로 인하여 마음에 부담을 가지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미국의 정신이고 사고입니다.
이것이 주 정부 장례보조금 속에 숨어있는 정신입니다. 우리가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인답게
살려면 배워야 할 정신이 아닐지요? 참고로 또 말씀드리자면, 요즘 일리노이 주 정부의 장례보조비는 합당한 경우
신청 후 지급 되기까지 7-8개월이 소요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