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엄마는 중학생

by 이태영 posted Oct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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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도털(daughter), 닥털(doctor), 해버나이스데이(have a nice day).” 57세인 엄마는 오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격한 영어 발음을 자신 있게 내뱉으신다. “오늘 학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거야.

넌 내 딸이니까 도털(daughter)이고, 아들은 손(son)이지?” 틀린 건 아니지만 엄마 영어 발음을

원어민이 알아듣기란 아주 힘들 것 같았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는 맏이인 나를 부르시더니 나지막하면서도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수진아, 너도 이제 컸으니 엄마도 공부하러 다닐까 해. 어릴 적 형편이 너무 어려워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거든.” 공부가 하기 싫을 때면 여성에게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던 조선

시대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엄마 말씀에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엄마는 주부 한글교실에 다니셨던 것 같다.

 

1998년 나는 엄마의 소원대로 교육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생활과 임용시험 준비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 IMF로 다소 힘든 형편 때문에 엄마 또한 공장에 다니면서도 틈틈이 공부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 내가 임용시험에 합격한 날, 엄마는 눈물을 흘리시며 “엄마의 꿈을 대신

이뤄 주었구나. 정말 자랑스럽다. 사실 엄마도 네가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단다.” 하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중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고 계신다. 나는 요즘 엄마의 늦깎이 학교생활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푹 빠졌다.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엄마의 모습이 좋다. “엄마처럼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딸이 될게요. 엄마의 딸이어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수진/ 경북 경산시 백천동-

 

굿모닝~!!!!!

참 아름다운 가정입니다.

아빠 얘기가 없는 걸 보니까 아빠는 안 계신 것 같고 어렵사리 공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어머니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딸, 둘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는 감동입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어렵사리 살아도 보람되게 살 수 있다는 본보기입니다.

가족은 이해하는 집단입니다. 잘못을 해도 감추어야 하고 실수를 해도 덮어줘야 하는 사이입니다.

가족의 잘못을 까발리고 동네방네 다니면서 허물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그 집안은 이미 콩가루 집안

입니다.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고 잘못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분은 소위 KS 학벌입니다. 그것도 법대 출신입니다. 그런데 기초적인 표찰 붙이기에는

항상 열등생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사람은 없구나.”를 깨닫습니다. 허물이 있어도 실수를 밥 먹듯

해도 사랑으로 덮어주면 감추어집니다.

가족은 모자람이 있어도 이미 이해하고 덮어주기로 작정된 사람들의 집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