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6 10:33

아침편지-친구

(*.102.105.214) 조회 수 380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경희초등학교.jpg

 

<문봉주 / 하늘소리 편집장>

 

지난 주말엔 갑자기 그동안 담을 쌓고 지내던 옛 친구들을 온라인상으로 만나게 되어 오랜만에 가슴이 훈훈했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새 밴드라는 온라인 그룹이 있어서 옛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다시 만나고 모임을 갖는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제게도 그 기회가 온 겁니다. 미국에 온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동안 저는 너무 무미건조하게 살았었나 봅니다. 제가 여기 왔을 때엔 국제전화 요금도 비싸 가족들에게 전화 걸기도 분초를 따지며 얼른 끊기에 바빴으니, 애들 키우고 사는데 분주하여 친구들과 여유있게 수다를 떨고 앉아 있을 마음이 못되어 친구들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한 친구를 시카고에서 만나게 되고 그 친구와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져 가는 우정으로 가끔 마음의 호강을 누리던 차에, 귀국한 그 친구가 옛 친구들이 그리워 밴드로 친구들을 찾고 제게도 연결을 해주었습니다. 거의 40년만에 만난 어렸을 적 친구들, 지금은 얼굴도 몰라보게 세월의 흔적이 지나간 모습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어렸을 적 모습이 가물가물 보여 옛날 생각들이 쏘옥쏘옥 피어났습니다. 수도 없이 나를 놀려대던 웬수 같던장난꾸러기 동근이, 유치원때부터 나름 남자친구라고 마음을 주고 받던 성기, 모든 일에 경쟁 상대로 맞섰지만 사실 알고 보니 나의 진짜 친구였던 윤미, 내 뒷자리에 앉아 연필로 콕콕 찌르며 장난치던 원무가 이젠 으젓하게 동창회 회장이 되어 지도력을 발휘하는 어른이 되었고, 초등학교 시절엔 별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던 세은이, 재영이들이 아직도 나를 반겨 주었고, 그밖에 은숙이, 성혜, 건화, 영식이, 활이 등등이 활발하게 밴드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젠 사회의 중추로서 이일 저일로 자리 잡은 모습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시간을 내어 밴드를 뒤져 보니,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던 존경하는 은사님이 이번 3월에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숙이 아버지이기도 하신 안재륜 선생님. 친구 아버지라서 친구 집에 놀러가서 뵈면 늘 그러듯이 말씀은 없으셨지만 그 지긋이 웃으시던 모습 속에 봉주 왔구나라는 말씀을 안 들어도 듣는 듯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하고도 선생님들 찾아 뵙고 인사 드려야지, 학교에도 가끔 들러야지 하면서도, 미루다 미루다 그여 찾아뵙지 못한 분, 그러다 이렇게 돌아가셨단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가슴을 치게 되었습니다.


40년이란 세월, 강산이 네 번 바뀔 긴 시간입니다. 그 시간동안 저는 무에 그렇게 여유가 없고 바빴는지, 친구들, 주위 사람들 돌아보지 않고 메마르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어제, 그제 창문을 후두둑 치며 내리던 비에, 바람에, 그래서 한층 더 쌀쌀해진 날씨에 단풍이 더욱 짙어지고 이젠 낙엽이 되어 떨어집니다. 화려했던 젊음을 꽃으로, 푸르름으로 자랑하던 여름의 그 녹음도 시간이 되니 애초에 왔던 원래의 자리, 땅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제가 가을의 정취에 젖어 너무 센치에 진 걸까요? 아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때문에 향수에 젖은 걸까요? 아무래도 나이 탓 (?)인가 봅니다.


가을,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여기 저기서 음악회다, 북 콘써드다, 전시회다, 문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이 곳. 이번 주말 또 바쁘게 이곳 저곳을 발 빠지게 쫓아다니며 그래도 제가 하여야 할 일을 해야 했습니다. 가을에 젖어 센치해질 시간도 없이.    

  

본향을 떠나 유리하는 사람은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새와 같으니라 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 (잠언 27: 8-9)

  • ?
    관리자 2014.10.07 14:45 (*.102.105.214)
    죠오기 삽입된 그림이 저의 초등학교 사진입니다. 캠퍼스가 아름다운 경희초등학교이지요.

  1. 아침편지-그 사람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진정한 감사란, '그 사람' 자체를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줘서도 아니고, 근사한 선물을 주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나의 곁에 존재해주기 때문에 감사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에게 감...
    Date2014.10.10 By이태영 Views2818
    Read More
  2. 아침편지-내려놓음

    김흥균권사/하늘소리 발행인 가을의 소리는 사브작 사브작 스치는 바람결 따라 우리 맘속에 들어옵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해 자신을 돌아보니 이렇다할 만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마음만 바삐 지냈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Date2014.10.08 By관리자 Views2740
    Read More
  3. 아침편지-더 단순하게 살아라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져 있지만 너무 많은 과제와 일정이 넘쳐나고, 작은 틈새 시간이라도 발견되면 새로운 계획을 잡다 보니 우리의 삶은 시간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프레젠테이션은 내일모레까지 ...
    Date2014.10.07 By이태영 Views2539
    Read More
  4. 아침편지-친구

    <문봉주 / 하늘소리 편집장> 지난 주말엔 갑자기 그동안 담을 쌓고 지내던 옛 친구들을 온라인상으로 만나게 되어 오랜만에 가슴이 훈훈했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새 ‘밴드’라는 온라인 그룹이 있어서 옛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다시 만나...
    Date2014.10.06 By관리자 Views3807
    Read More
  5. 아침편지-무엇이 성공인가

     이태영 목사 (하늘소리문화원장)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
    Date2014.10.05 By이태영 Views2593
    Read More
  6. 아침편지-시작은 늘 작은 법이다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그대 아는가? 525km의 장구한 낙동강도 시작은 작은 못이라는 것을.   태백 황지 연못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경상북도와 남도를 거쳐 부산 을숙도에서 남해로 유입된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결국 거대한 강물이 되는 것...
    Date2014.10.04 By이태영 Views2757
    Read More
  7. 아침편지-엄마는 중학생

     이태영 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도털(daughter), 닥털(doctor), 해버나이스데이(have a nice day).” 57세인 엄마는 오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격한 영어 발음을 자신 있게 내뱉으신다. “오늘 학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거야. 넌 내 딸이니까 도털(dau...
    Date2014.10.03 By이태영 Views2969
    Read More
  8. 아침편지-수확

    -- 충청도 아산에 계신 울 할아버지가 농사 지으신 고구마 수확; 호박 고구마 인가? 맛나 보이네...; 불 피워 고구마 직접 찌시는 할아버지. 저 가마솥이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문봉주 / 하늘소리 편집장> 금년도 이제 세달 남짓 남았습니다. 이곳 시카고...
    Date2014.10.02 By관리자 Views2553
    Read More
  9. 아침편지-다시마

    다시마김흥균 권사/하늘소리 발행인 빨리, 그리고 간편하게… 현대인들은 인스턴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으려면 즉석에서 신속하고 간편하게 이루어지는 인스턴트 생활에 익숙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스마트 폰 ...
    Date2014.10.01 By관리자 Views2528
    Read More
  10. 아침편지-그때 그 소녀

         이태영 목사 (하늘소리 문화원장)   불우 이웃 돕기 모금 공연 때문에 부산역에 발이 묶인 게 벌써 13년째다. 쓰레기통 속 오물을 주워 먹던 노숙인을 위해 시작한 길거리 배식, 노숙인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발 벗고 나서서 도운 일……. 참 많은 경험을 ...
    Date2014.09.30 By이태영 Views287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64 Next
/ 6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