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주 / 하늘소리 편집장>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날을…” 저의 대학시절 파마머리에 안경 낀 싱그러운 대학생의 모습으로 데뷔하여 한창 인기
끌던 가수 이용의 노래입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면 그래서 늘 생각나는 노래이지요. 이번 시월의 마지막 날도 절대로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시카고에 첫눈이 왔습니다. 아침에 세찬 바람소리에 깨어 일어나보니, 밖엔 눈싸락이 휘날리는데, 첫눈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있을 틈도 없이 “아뿔싸!” 그동안 미루고 미뤄놨던 정원 정리가 생각나는 겁니다. 급히 두툼히 옷을 챙겨 입고 아직 마당
여기저기에 늘여놔져 있던 물호스들을 감아 차고 안에 집어넣어 놓고 수도꼭지들을 막아 얼지 않게 잘 싸매고, 그밖에 꽃삽, 삽, 꽃받침 등 정원 도구들을 모두 정리하여
차고 안으로 들여놨습니다. 바람이 세차 저도 날라갈 정도로 강한 바람에 오래 일도 더 못하고 그릴이라든가
패티오 의자들과 테이블은 나중에 남편한테 시켜야지 하며 그냥 들어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뎈을 청소하고 패티오
가구들을 페인트하여 새 단장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정리하여 집어넣어야 되니, 이제 가을도 다 가고 겨울이고, 또 이 한해도 가는가 싶습니다. 오늘은 미국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날 중 하나인, 할로윈 데이입니다. 크리스챤으로서 할로윈 데이에 대한 비판도 많이들 하시지만, 어쨌든 미국에 산지 오래되다 보니,
저도 어쩔 수 없이 할로윈 데이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시월이 시작되면서부터 집안
곳곳을 할로윈 장식으로 꾸미고, 오늘은 시장에 가서 쵸코렛과 캔디 등을 사놓고 “Trick
or Treat” 하러 오는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이때쯤 되면 동네에 다니면서 집집마다
할로윈 장식을 구경 다니는 것도 재미나는데, 유태인들이 많이 사는 이 동네에서 갈수록 할로윈 장식을 하는
집들은 늘어나는데, 크리스마스 장식하는 집들이 줄어드는 걸 보며 마음이 씁쓸합니다. 예수님으로 오신 하나님을 몰라본 저들에게 믿음의 날은 언제 올까… 토요일엔 진작부터 맘 먹고 있었던 조기 투표를 하러 갔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해도 되는걸, 시카고 교민들이 모여 함께 투표하자는 N 집사님의 권유에 함께 모이기로 한 글렌뷰 시청으로
가서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자원봉사하러 나오신 N 집사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부모들이 투표하는 의식을 보이고 참여하여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집사님, 역시 “의식 있으십니다!”
미국의 투표는 복잡하여 솔직히 할 줄 몰라 투표를 안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N
집사님이 참여하고 계신 KA VOICE의 계몽 캠페인 덕분에 많이 배워 드디어 미국
시민으로서 제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투표를 하며, “나는 너무 ‘Yes’만 하는 순종적인 사람인가?”하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뭔가 반대하는 비평의식도 있어야 할텐데… 주일날, 오늘은 워싱턴 D.C.에서 IJM (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의 Gary
Haugen회장님이 설교하여 주셨습니다. 우리에겐 “안전한 환경을 택할 것인가, 용감해 질 것인가” 두 가지의
선택이 있다고 하시며, 우리가 선택을 할 때엔 그 선택이 “하나님을
위한 것인가” (for God)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하며”, “사람들을 사랑”하는데에 용감해 지라고 하셨습니다. 아, ‘용감하다’는 건 ‘진실을 말하는 것’이구나… 진실을 말하기에 더 용감해져야 겠습니다. 오늘은 한가로운 주일날입니다. 다음 주말엔 미시건에서 동생네가 오며,
세인트루이스에서 작은 딸도 와서 미니 추수감사절로 지내려 합니다. 메뉴도 짜고,
이것 저것 쇼핑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동안 말려놨던 시래기로 된장국도 끓이고 나물도
볶으며, 나도 타샤처럼 “잼을 저으며 셰익스피어를 읽지"는 못해도 언젠가 J 권사님이 권해주신 “아크라 문서”를 오디오북으로 듣습니다. 배우 Jeromy Iron의 굵직하고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입니다. “선을 행함으로 고난 받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진대 악을
행함으로 고난 받는 것보다 나으니라” (벧전 3:17—IJM President, Gary
Haugen 설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