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 / 문필가> 도토리묵 <김명렬 / 문필가> 우리집 정원 앞에는 커다란 도토리
나무 (졸참나무=Oak
Tree)가 있는데 금년에는 도토리가 너무 많이 열려 가을이 되어 땅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아침 저녁으로 그것을
줍고 잎사귀와
함께 청소를
하느라고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작년에는 도토리가 하나도 열리지 않아서 왜 도토리가 열리지 않았을까고 궁금히 여겼는데 금년에는 너무나 많이 열려서 떨어진 도토리를 처리하느라고 힘이 너무나 든다. 떨어진 도토리는 애써 공들여 가꾼 잔디밭 위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잔디
사이로 파고 들어가 잔디를
망치고 다음 해가 되면 싹이 돋아나 그것을
뽑아내는데도 애를
먹인다. 특히 도토리를 그대로
두면 잔디
깎는 사람들의 기계를 망가뜨리기가
쉽다. 올해는 도토리가 너무
많이 달려서 그
양이 어림잡아 서너 말은 족히 될 것 같다. 소쿠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옛날에는 이 도토리가 간식이나 주전부리, 또는 나아가서 일용할 양식의 대용품으로 애용됐던 귀하신 몸인데 지금은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그대로 버리기가 아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나의 어린 시절 나의 고향에서는 이맘때가
되면 많은
집들이 도토리묵을
만들기 위해 절구공이로 도토리를 부수고 찧어서 껍질을 분리하고 물에 담가 쓰고 떫은
맛을 여러 번을 우려내어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었다. 옛날에는 도토리가 영양 분이 충분하고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은 것이 아니라, 기나 긴 겨울밤의 밤참으로, 아니면 허 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한끼의 식사대용으로 많이 애식
(愛食)되어 왔다. 현대의 지식과 영양학적 측면에서 도토리에 대해 설명을 드린다면, 도토리묵의 효능은 가히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효과가 있다. 도토리묵의 칼로리는 100g당
40Kcal로, 열량이 적고 수분함량이80% 여서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도토리 속에 함유되어
있는 아콘산은 우리 몸 속에 있는 중금속 성분을 배출시켜주는 뛰어난 무공해 식품이고, 피를 맑게 해주며 위와 장을 보호해 주는 작용을 하고, 피로 회복과 숙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설사에도 도움을 주며 도토리 열매는 하혈과 혈통을 멎게 하고 치질을 다스려 준다. 아울러 입안이 잘 헐고 잇몸에 출혈이 있을 때 치료가 잘
된다고 한다. 화상을 입은 부위에도 도토리
가루를 바르고
나면 점차 통증이 감소되고 상처의
치유가 빨리
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에게도 도토리묵은 여성의 냉증과 생리통, 축농증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 도토리묵은 성질이 따뜻하고 속이 찬 사람이 먹으면 좋다고 한다. 초가을이 되면 마을의 뒷산이나 일반 야산에서 참나무나 갈참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를 열심히 물어 나르는 다람쥐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토리는 다람쥐의 훌륭한 겨울나기 음식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이 다람쥐의 먹이인 도토리를 주워서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
냈다. 도토리를 갈아서 그냥 찌거나 삶아 먹으면 단지 굶주림을
면하려는 구황음식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시대 홍만선은 도토리의
껍질을 제거하고 삶으면 속이 꽉 차고 실해서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다. 즉 굶지
않기 위해 가난한
백성들이 먹는 열매로 묘사해 놓았다. 그런데 이것으로 묵을 만들어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