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목사(하늘소리 문화원장)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계를 거의 안 차고 다닙니다.
휴대폰에 시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구세대는 시계를 안 차면 왠지 허전합니다.
13년 전에 절친이 미국을 방문한 기념으로 시계를 하나 사줬습니다. 이름하여 세 O코,
건전지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태엽을 감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차기만 하면 저절로 가는
시계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건전지를 갈아 끼거나 태엽을 감거나 했던 시계였고 시계 줄도
여름이면 땀이 차서 손목이 까맣게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계는 달랐습니다.
땀이 차도 까맣게 된 적이 없고 차고 나면 불편을 전혀 몰랐습니다.
한동안 안 차고 있어서 죽었다가도 차기만 하면 가니 이렇게 신기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던 것이 십 여 년이 지난 작년부터 잘 안 맞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흔들어 주면 가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이제 노쇠해서 그나마도 힘들다고 아예 강짜
데모라도 하듯이 나 잡아먹어라 합니다.
시간이 늦게 가도 그동안 쌓은 정도 있고 안 차면 서운해서 차고는 다니는데 어떤 때는 시계만
믿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못미더워서 휴대폰과 함께 동시 상영 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완전 제멋대로 서서는 “형님 나 힘드오.”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한국 갈 때는 아예 데리고 가지도 않았습니다. 여행을 하면 잠자리도 일정치 않고 될 수
있으면 짐도 줄여야 하니 이참 저참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대문 시장을 갔다가 시계수리점이 있는 걸 보고 ‘아, 가져 왔으면 수리라도 맡겨볼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습니다. 11월 이야기입니다.
12월 7일, 피로연이 끝난 다음 날에 시계가 생겼습니다.
이번 피로연에 참석했던 사돈이 무슨 이유인지 제 시계가 고장 난 걸 알지도 못 할텐데
아내가 귀뜸 했을 리도 만무한데 시계를 샀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시계 없이 휴대폰 시간만 의지하고 살 팔자인가 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시계가
생겼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1881년부터 시계를 만들어 온 시계 전문 회사 제품 이었습니다.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는 신의 세미한 간섭하심에 또 한 번 경이로움을 찬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