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신 권사
/ 서울 청운교회> 2014년 11월 23일 대명문화공장, 2014년 한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생각지 않은 큰 선물을 받았답니다. ‘황금 연못’이란 연극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딸 내외가 마련해 준 연극 티켓을 받아들고 우리 부부는 연극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 1번 출구를 빠져 나와 젊음이 넘치는 대학로에 있는 DCF
대명문화공장을 찾아갔지요. ‘문화공장’, 혹시
내가 ‘문화공간’을 잘못 봤나 했는데 분명 문화공장이었습니다.
지난 4월에 개관한 ‘문화공장’답게 새로 지은 웅장한 건물을 들어서니 평일인데도 객석이 가족과 중장년층으로 꽉 차 있었죠. <공연장인 대명문화공장> 서울공연의 마지막 날 보게 되어 더 의미가 있었어요. 신구와 성병숙, 이순재와 나문희가 출연하는데 우리가 공연을 보는 날은 딸아이가 일부러 이순재와 나문희가 출연하는 날로 배려하여 설레는 맘으로 기대를
하며 기다렸습니다. 막이 오르자, 주인공 노만과 에셀로 분한 배우 이순재와 나문희 노부부가 황금 연못이 있는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배경이었는데 줄거리는 대략
이랬답니다: 은퇴한 노교수 로만과 아내 에셀은 해마다 여름이면 ‘황금연못’이라고 불리는 호숫가의 별장을 찾아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로만은 아내가 딸기를 따오라고 해도 가기 싫어하고 따러 갔다가도 금방 돌아와 버렸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 중간에서 돌아오곤 했는데 그의 입장을 이해 못하고 몰아붙이는 아내의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첼시라는 딸이 있지만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아 전화도 없는 관계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첼시는 청소년기에 아버지의 독설에 상처를 받은 후 아버지와 갈등이 심해졌고 싫어하게까지
되어 아버지라 부르지도 않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로만이 80세가 되는
여름, 별장에 있는 그들에게 아버지와 오랫동안 불화로 지내던 외동딸 첼시가 남자친구와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빌리를 맡기러 오게 됩니다. 로만은 피붙이도 아닌 빌리와 함께 낚시를 하며 빌리에게서 첼시의 모습을 보게
되고, 80세 노인은 13살짜리 소년을 통해 죽음만을 생각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삶에 대한 희망과 가족의 사랑을 찾게 됩니다. 얼마 후 여행에서 돌아온 첼시는 자신이 바랐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빌리와 아버지에게 생겼음을 발견하게 되고 마음의 문을 엽니다. 부녀간의 사랑이 단절되었던
딸과 따뜻한 사랑을 다시 회복하며 가족의 행복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엔 낯익은 연극 배우들의 출연과 그들의 연기와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흥미롭게 보며 감탄을 했답니다. 특히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이순재의 연기력은 사실을 보는 것 같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연극을 보며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가족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아파하는 가정들이 많을텐데 이 연극처럼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공연 후 출연진 전체가 무대 인사> 서울공연은 끝났지만 2015년 1월 중 대구에서 공연이 계속 된다고 합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한참 전에 보았던 연극 ‘동치미’는 한국적 소재였지만, ‘황금연못’은 원작이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 작품이고 미국에서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네요.
문화와 환경은 다르지만 어느 나라든지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은 같기에 더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공연 관람 하러 온 우리 부부>
공연이 끝난 후 우리 부부는 대학로 골목길에 있는 횟집에서 뽀글뽀글 따끈한 서더리탕으로 마무리하고 훈훈한 마음으로
돌아왔답니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부모에게 좋은 선물을 고르고 골라 우리가 감동적으로 잘 보았다고 하니 행복해하는 딸 부부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