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섭
/ 장의사> 우리는 장례식에 갈 때에 검은 옷을
입습니다. 이유를 아십니까? 요즈음 한국에서 모두 검은 옷을 입기 때문입니까? 그러면 한국에서는 왜 모두 검은 옷을 입을까요?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 우리나라에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바뀌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입는 정장을 양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서양옷이기에 서양에서 행해지는 대로 따라 하는 것 이겠지요. 1970년대 가정의례준칙이 공포된
후 유럽풍으로 흘러서 검은색을 사용하게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장례예복이 검정색인데 이유는 1861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이 죽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검은옷을 입었기 때문에 입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미국도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 일까요? 미국의 장례역사 시간에 배운 바로는, 청교도들이 미국생활을 하면서 철저히 신앙적으로, 또 실용주의로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합니다.
1800 년대 미국에서는 염색이 발달하지 않아 모든 옷은 단색이였다고 합니다. 장례에
갈때는 시대적인 필요에 의해 선택할 옷이 없어 검정을 입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의복과 색상이 다양해져도 장례복장은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미국의 풍습을 그대로 답습하며 예식에 참여합니다. 검은색을 표현하기로는 죽음이나 절망을
의미함과 동시에 영원과 신비를 상징하고 엄숙하고도 경건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죽음은 절망이고 검은색이어야 하는지? 천주교 신부님의 장례예복에는 꼭 흰 칼라를 하시는데 흰 칼라는
하늘나라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지금 행하여지는 미국인 장례에서 조객들은 우리 한인 동포들처럼
검정 일색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장례회사의 권고문에는 다만 무난한 정장을 추천합니다. 몇년 전 한국에서 평생동안 목회하시고
신학교에서 제자를 가르치신 한 목사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그의 환송예배는 시무하시던 교회에서 드렸는데 그 목사님이 유언하시기를 가족과 조객들이 환송예배 올때의 옷 차림은 주일 예배 올때의
복장과 같이 하라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모두 그의 유언을 따랐습니다. 지금 제가 일하는 장의사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그들의 종교와 방식대로 예식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모두 한결같이 말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이 세상의 모든 고통 다 내려놓고 더 좋은 곳으로 갔다고. 우리 한인 동포들의
환송예배에도 모두 같은 말씀으로 위로하시고 우리 모두 그렇게 믿습니다. 더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저 천국, 좋은 곳으로 가심을 알면서 검정 의복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조금 자유스러워져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