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 3월이 왔네요 / 김명렬

by 관리자 posted Mar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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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꽃.jpg

 

<김명렬 / 문필가>

 

한국의 TV뉴스를 보니 따뜻한 남쪽 지방 어느 도시에는 지금 도로변과 공원의 화단에 팬지꽃을 옮겨 심느라고 분주한 일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겨우내  휑하였던 화단이나 쓸쓸한 길거리, 가로수 및 화초밭에 이제는 새봄을 맞아 아름다운 팬지꽃으로 꽃단장이 한창이다. 봄과 겨울 사이의 3, 한국 남쪽땅 해안가는 찾아온 봄을 맞으려는 듯 동백꽃, 매화, 팬지꽃들이 봄맞이 차비에 수줍은 미소를 띄며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고 한다. 봄의 전령 3월의 꽃, 팬지가 길가의 화단이나 개인집 정원에 제일 먼저 화사한 얼굴을 드러내고 봄빛의 따사로움에 몸을 맡기고 오수를 즐기는 그런 계절이 바로 3월달이기도 하다.

팬지꽃이 한국에서 3월의 꽃으로 선정된 이유는 차가운 겨울을 밀어내며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도로변 화단이나 공원의 화단을 꽃방석으로 꾸며줘 가장 먼저 봄을 재촉하는 듯 보이는 화사한 꽃이기 때문이다. 삭막하고 쓸쓸한 겨울 화단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팬지는 꽃의 모양이 마치 사색하고 있는 사람을 닮아서 프랑스어 팡세, ‘penser’ (생각하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팬지"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쾌활한 마음, ‘나를 생각해 주세요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으며 많은 꽃 중에서도 가장 로맨틱한 꽃으로 불린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가 하얀 제비꽃을 보고 아름다움에 반해 세 번 키쓰한 것이 옮겨져 팬지꽃으로 피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인간의 깊은 심연을 그려낸 화가 앙리 루소가 어느 여인에게 팬지의 그림과 함께 당신에게 나의 모든 것, 팬지를 바칩니다라는 편지를 썼다는 일화도 있다. 팬지꽃은 보라색, 황색, 적색, 흰색, 파랑 등 다양한 색깔이 있고 3가지 색이 한 꽃에 나타나기도 한다. 5의 꽃잎이 한 꽃을 이루며 15cm 내의 크기로 자란다.

팬지 이외에 봄의 전령으로 매화꽃이 있다. 언 땅에도, 눈발이 휘날리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봄의 시작을 알리려 피는 꽃 매화, 매화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다른 꽃들보다 먼저 피어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이다. 그래서 매화꽃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다. 눈 속에서 피어난 매화를 설중매(雪中梅)라 하여 기린다. 매란국죽 (梅蘭菊竹) 4군자 가운데 매화가 으뜸이 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지금 찾아온 3월은 새봄이 시작되는 계절의 첫 손님인 셈이다. 이제 머지않아

지랑이 아롱대고 만화방초 얽히어 꽃향기 풍기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넋을 놓을 때가 머잖은데 아직도 시카고를 비롯한 미중서부 이북 지역은 찾아온 봄을 예찬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 싶다. 때때로 옷깃과 목덜미로 파고드는 찬바람은 눈보라와 함께 칼바람이 되어 우리 몸을 자라목처럼 잔뜩 움추러 들게 만들고 있다. 봄의 계절,  3월이 되었는데 도무지 봄의 기운이나 봄의 감각을 피부로 느낄 수가 없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로리다로 피한(避寒) 지인 김희섭씨와 백병곤씨의 말에 의하면 토론토 역시 3월인데도 한겨울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니다 (春來不似春), 지금의 날씨와 계절은 봄다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나 신문에서는 춘래불사춘이라는 말들을 자주 한다. 본래 이 말이 생겨난 것은 옛날 중국의 전한(前漢)시대 원조(元祖) 때의 일이다. 걸핏하면 쳐들어오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서 해마다 후궁 하나를 뽑아서 흉노왕에게 시집을 보내기로 했다. 후궁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황제는 그 중에서 미색이 떨어지는 못생긴 후궁을 보내기로 했다. 후궁들이 많다보니 일일이 미모를 보고 보내는 대신 모연수라는 화공에게 초상을 그려 올리라고 해서 그중에서 못생긴 후궁을 골라 흉노왕에게 보냈다. 이러다보니 후궁들은 저마다 화공에게 뇌물을 주어 자신의 얼굴을 예쁘게 그려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이중 왕소군이라는 후궁은 자신의 미모에 자신이 있기에 이 여인만은 뇌물을 주지 않았다. 돈도 없었지만, 이를 괘씸히 여긴 모연수는 왕소군의 얼굴을 밉게 그려서 바쳤고, 결국 흉노의 왕에게 보낼 여자로 왕소군이 뽑히고 말았다. 왕소군이 흉노에게 보내지는 날 원조(황제) 그녀의 실물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미모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일의 전말을 알고는 뇌물을 받은 모연수는 참형시켰으나, 이미 정해진 왕소군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왕소군은 흉노왕의 여자가 되었는데 왕소군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胡地無花草 (오랑캐땅에는 꽃과 풀도없으니)

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이하 생략

(**왕소군은 서시, 초선, 양귀비와 더불어 중국의 4 미인 중 한 사람이다.)

 

길고 지루한 겨울의 터널이 지나가고 이제는 꽃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3월이 되었다. 마음과 생각이 달라지면 환경도 다르게 보이는가 보다. 3월이 되니 유난히 하늘이 맑고 푸른 것 같다. 이제는 서서히 땅 속의 초목들이나 생물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할 것이다. 작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덮여 있는 흙을 뚫지 못하는 씨앗들은 새싹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냥 씨앗으로 남다가 결국은 죽고 말 것이다. 무엇을 이룬다고 하는 것도 그와 같은 원리일 것 같다. 금강석은 아주 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나무가 변해서 된 것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 우연히,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무엇이 되는 것이란 없다. 어떻게 살아야 3 한 달을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지? 진정 내가 변화되기를 원한다면 나를 누르는 압력들과, 기가 막힘의 시간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들을 피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길을 믿음과 용기와 인내로 내디딜 수 있는 희망과 투지를 주시기를 기도하며 사는 것, 그것이 3월 한 달을 하루 하루,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긴다. 봄의 전령, 3월달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