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목사의 바둑 수업기 <13>

by skyvoice posted Oct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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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수업기.png

 

어느 날이었다.

당시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들던 사촌누나 내외에게 나는 불쑥 이런 말을 했다.

"1년 안에 1급 될거야."

사촌매형은 대뜸

"그건 어림없는 얘기야."

하고 핀잔을 주었다.

매형은 고교 시절부터 미8군을 드나 들며 미군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 똑똑한 사람이고 인천의 명문 고교를 나온 분이었다.

사실 1년 안에 1급이 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꿈과 같은 이야기다. 1966,7년경은 프로 기사도 많지 않았고 바둑책은 귀하던 시절이라 바둑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일본책으로 공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즉 선생이나 독학할 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늘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시피한데, 그리고 그런 희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 매형의 판단은 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듣자 오기가 생겼다.

"될 수 없다고? 왜 안돼? 내가 IQ가 모자란다는거야? 나를 무시하는거야? 나는 될거야.."

속으로 다짐하며 더욱 정진하였다. 드디어 1년이 되었을 때 자칭 1급으로 두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와 생각하니 솔직히 1급 실력은 안되었지만 2,3급 수준은 된 것같다. 어쨌든 1년만에 자칭일지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렇다. 바둑이 느는 중요한 요점 중의 하나가 지고는 못사는 승부욕이 있어야 한다.

프로 기사들은 복기를 한다. 복기란 자기가 둔 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기억하면서 복사해 내는 것인데 그러면서 실수한 부분을 찾아내어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자기가 어디 둔 것도 모르고 둔 사람이 그걸 기억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자기가 어디다 둔 줄도 모르고 둔 무책임한 습관이 심판(?)받는 것도 된다. 그러면서 책임질 수 있는 한 수를 두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적어도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수를 두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면 바둑은 늘 수 밖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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