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생일
어제는 음력으로 2월30일, 몇 년 만에 돌아온 저의 생일입니다.
어떤 분들은 2월 30일이 어디 있느냐 하지만 2월30일은 존재하고 “2월30일생”이라는 장편소설도
있으며 같은 제목으로 1983년에 김미숙, 유인촌 등이 주연한 영화도 있습니다.
아침은 같이 시카고에 사는 여동생이 불러서 삼계탕으로 거뜬히 시작했습니다.
점심은 바둑클럽의 총무님이 제공한 따끈한 감자 한 개로 때우더니 저녁은 갈 곳이 없어서
집에 돌아와서는 누룽지를 끓여먹으며 초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들은 장가감과 동시에 한국으로 직장이 되어서 나가 있고 아내는 한국으로 여행 중이어서
아들과 아내한테는 생일축하 인사도 못 듣고 여동생 두 명과 계수씨, 그리고 며느리한테서
카톡으로만 인사를 받았습니다.
아내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저녁을 그냥 보내기 허전해서 같이 저녁 식사나 하려고 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일이 밀려서,
선약이 있다고 거절당했습니다. 물론 생일이라는 얘기는 안 했지요.
저녁 6시가 다 되어 갈 곳이 없어 집으로 향하는 내 모습이 흡사 패잔병 같습니다.
이렇게 쓸쓸한 생일은 보낸 적은 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이 독거노인들과 노숙자들이었습니다.
저는 돈은 있지만 같이 식사할 사람이 없었고 독거노인이나 노숙자들은 돈도 없고 함께 할
사람도 없습니다.
아니, 생일조차 잊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분들은 벌써 포기하고 사는 일을 저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조차
사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생일에는 외롭고 쓸쓸하고 혼자인 사람들만 골라서 함께 식사를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습니다.
어제(4월19일), 제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아침, 저녁 설교하고
성도들과 즐거운 만찬을 하고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아빠의 생일을 하루 당겨서 축하해 주더군요.
오늘(4월20일)이 제 생일이거든요.
새벽에 눈이 떠져서 잠자는 아내가 깰가봐 살짝 일어나서 기도하고
인터넷을 열었는데 쓸쓸한 생일이라는 제목의 목사님 아침편지가
눈에 들어와 제일 먼저 열어 읽었습니다.
마음이 먹먹해 졌습니다.
그러면서 가족, 친지, 동료가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과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하게 되네요.
아내와 자녀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사는 저로서는 상대적으로
감사한 마음이 더욱 들었고 그와 동시에 소외된자들을 위한 선교적 삶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구요.
목사님! 멀리서나마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이미 지나 버렸지만 목사님의 글을 읽고 목사님의 그 마음을 십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크신 은혜로 공허한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새로운 힘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저희의 선교사역을 위해서 관심을 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노트북은 루마니아 교회 안수집사님께 선물했습니다.
시카고에 가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주안에서, 박천규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