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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가르치기와 잔소리.jpg

 

<박현수 목사 / 에버그린커뮤니티교회>

 

미국인들의 부부싸움의 주된 이유는 아내가 운전을 할 때나 골프를 같이 칠 때, 또는 부부동반 파티에 갔다 와서라고 한다. 운전이나 골프는 남편이 옆에서 잘 가르쳐 준답시고 잔소리를 쉬지 않고 해대서 생기는 것이고, 부부동반 파티에 다녀와서 싸우는 이유는 남편이 다른 여자들을 너무 쳐다보아서이며, 또 아내들은 다른 여자들의 드레스와 보석에 너무 신경을 써서 결국 집에 와서 이것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가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임이 분명하다. 어떤 부부치고 운전 연습하다가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도 미국에 와서 운전을 가르친다고 몇 번 시도해 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친구에게 부탁한 기억이 난다. 분명히 아내는 한국에서 운전학원을 다니고 면허까지 따가지고 왔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청소년 자녀들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이 이것보다 더 힘들 줄은 몰랐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까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할 줄 알았고, 또 젊은 아이들이니까 운동신경이 아무래도 곰(?) 같은 아내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다가 잔소리 몇 번 하면 “나 안 해, 내가 뭐 운전도 못하는 바보인줄 알아? 당신 아니면 운전 못 배운데? 내가 운전을 안 하면 안했지 당신한데는 절대로 안 배워.” 하면서 차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리면 보통 여기서 끝나게 된다. 하지만 열다섯, 열여섯 살 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이정도가 아니었다. 그래도 큰 아들 녀석은 사내아이라 그런지 조금 잔소리를 해도 그냥 그렇게 넘어갔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내가 잔소리라기보다 운전하는 것이 조금 위험해서 목소리가 조금 커지려고 하면 벌써 얼굴색이 싹 변하고, 잔소리라도 한마디 하게 되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차마 못 봐줄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었다. 이미 사태가 이쯤 되면 수습하기가 참 곤란해진다. 그냥 못 본 척 하고 다른 소리를 하면서 넘어가도 이제 딸아이 얼굴 표정은 펴질 줄 모른다. 운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차 안의 룸미러로 딸아이 눈치를 실금거리며 보는 것으로 그날의 운전 연습이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현재 일리노이 주에서는 청소년들이 운전면허를 따기 전에 부모가 자녀 옆에 같이 타서 운전 연습을 50시간 이상 시켜야 한다. 또 그 중에 적어도 10시간은 야간 운전 연습이 포함되어야 한다. 큰 아이 운전 연습시킬 때는 25시간이었던 것이 청소년 운전사고 급증으로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시간이 올라갈지 모른다. 운전 연습을 시켜야 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자녀들에게 잔소리하는 것은 엄마들만이 아니다 요즘에는 많은 아버지들도 아이들에게 수도 없는 잔소리를 한다. 아이들이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고, 허구한 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모습이 보기 싫고, 또 게임기에 매달려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습에 저절로 잔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말 그대로 잔소리라는 것은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서 계속해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중요하거나 꼭 필요한 말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화가 날 때 부모들은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하게 된다. 물론 좋은 마음으로 자녀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짜증난 목소리로 언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아이들도 이에 질세라 한마디 하게 되고 결국 부모들은 인내심을 잃고 큰 소리가 터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항상 똑같이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항상 우리들의 자녀들이 너무 어려 보이고 모든 것에 부족하다는 마음이 들면서 저렇게 철딱서니가 없어서 언제 좀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하는 급한 마음이 들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똑같은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잔소리를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주된 원인이 된다. 지금 아이들이 하는 것이 뭔가 잘 못하는 것 같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성숙하고 있는 과정 중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나중에 가서는 아이들 스스로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의 여유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느긋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옆에서 지켜봐 줄 때 아이들은 성숙하게 된다. 자녀들의 느려터진 반응을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계속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잔소리를 쉬지 않고 반복하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의 말에 무감각해지고 나중에는 부모의 말 자체를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부모 자식 간의 존경과 사랑은 점점 없어지게 되고 싸우는 소리만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곧 우리들의 자녀들은 자라서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게 되는 때가 눈 깜짝할 사이에 오게 된다. 사랑해 주고 힘이 되어주기도 짧은 시간이다. 설령 잔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와서 혀에서 맴돌아도 큰 심호흡을 한번 삼키고 참아내고 오히려 사랑과 인내로 격려해 주어야 한다. 언젠가는 멋진 운전 솜씨로 부모를 태우고 근사한 곳으로 모실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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