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 동화작가; 동화구연가> 옛날 이스라엘에 바디메오라는 거지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는 앞을 못보는 소경이었지요. “도와주세요, 한푼만 도와주세요.” 바디메오는 길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며 살았어요. “아, 슬프다. 여리고가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들하지만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구나! 아, 제발 눈 좀 떴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구걸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을……” 그러던 어느날 이예요. 갑자기 거리가 몹시 소란스러웠어요. ‘아니 왜 이렇게 시끄럽지?’ “여보세요, 무슨
일이 일어 났나요?” 바디메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아, 예수님이 지나가신데, 예수님이…” 예수님이라는 말에 바디메오의 귀가 번쩍 뜨였어요. “저…할머니, 지금 예수님이라고 하셨어요?
병든 사람도 고쳐주고, 거친 파도도 잠잠케하는 권세있는 그 분요?”
“그래, 맞아. 그 예수님이야. 자네도 어디서 듣긴 들었군. 그래, 그 분은 병든 사람도
고쳐주고, 우리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실 구세주이시지.”
“할머니, 정말 저같이 병든 자도 고쳐주실까요?” “그럼, 믿기만 한다면 고쳐 주시지. 암,
그렇구 말구.” ‘두근두근’, ‘쿵탕쿵탕…’ 예수님을 기다리는 바디메오의 가슴은 터질것 같았어요. 가슴에 두 손을 얹고 귀를 기울였지요. ‘웅성웅성’ ‘시끌시끌…’ 드디어 예수님을 부르는 사람들의 소리가 가까이 들려 왔어요. 바디메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어요. “예수님 저를 도와 주세요. 저를 불쌍히 여기사 제게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아니, 저 거지놈이. 시끄럽다. 너같이 더럽고 불결한 놈이 예수님을 불러 어쩌겠단 말이야? 조용히 해.” 사람들은 바디메오를 심하게 꾸짖으며 예수님께 나아가지 못하도록 앞을 막았어요. “아닙니다. 저는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예수님은 저의 눈을 꼭 뜨게 해 주실 거예요. 예수님, 예수님, 저를 도와주세요.” 바디메오는 깡통도 팽개치고 예수님을 찾아 더듬거렸어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 크게 소리를 질렀지요. “다윗의 자손 예수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제게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주여! 제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가서 나를 부르는 소경을 데리고 오너라.” 제자들이 바디메오에게 다가왔어요. “예수님이 자네를 부르시네. 어서 가세.” “예? 정말입니까?”
그 말을 들은 바디메오는 깜짝 놀랐어요.
너무 기뻐서 하나밖에 없는 겉옷도 던지고 예수님께
달려갔지요. “소자여, 네가
무엇을 원하느냐?” “예, 저는 눈을
뜨고 싶어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하늘이 어떻게 생겼는지,
산이 어떤 모양인지, 또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수님도 보고 싶어요. 예수님 제발 눈을 뜨게 해주세요. 예수님은 꼭 고쳐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바디메오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어요. “자, 가까이 오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노라.
네 소원대로 눈을 뜨거라.” 예수님은 바디메오의 두 눈을 만지셨어요. 그러자 두 눈이 번쩍 뜨였지요. “앗! 보인다 보여, 사람이 보인다, 하늘이 보여. 난 볼 수 있다. 볼 수 있다구!” 바디메오는 벅찬 가슴으로 크게 외치며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예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보고 있던 사람들도 큰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어요. 그 뒤로 바디메오는 예수님을 따라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마침내 예수님이 바디메오의 외치는 소리를 들었어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