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례/수필가, 아동작가> 분홍 빛 작약 한 송이가 모처럼 일찍 일어난 오늘 아침 나를 오라고 손짓한다. “어머나 ! 어쩜 이처럼 소담하고 그윽한 꽃을 피우다니! 역시 너는 꽃중의 꽃이구나!” 작약 꽃은 온통 유리로 둘러 싸인 리빙룸 한 코너에서 다들 바라다 볼수 있는 곳에서 한껏 화려한 자태를 들어내 보이며 온 식구들의 환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식구들은 작년 가을 이 집에 이사와서 처음 보는 꽃이라서 모두모두 행복해서 작약의 아름다움을 저마다 마음 속으로 찬양하고 있다. 그 다음 날에도 식구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꽃에게 아침 인사를 하려는지 창밖을 내다 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하루밤 사이에 꽃송이가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땅을 향해 고개를 떨구고 있는게 아닌가. 아쁠사! 남편은 철망을 사다 놓고도 미처 울타리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부랴부랴 창고에 드나들며 수선을 폈다. 그리고 작약 나무를 둘로 나누어 한아름이 더 되는 커다란 동아리를 두 무더기로 만들어 갈라 놓았다. 아빠가 작업을 하는 동안 딸 은 아깝지만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한 송이 작약 꽃을 뚝 꺾어서 유리병에 꽂아서 온 식구들이 모이는 부엌 아일랜드 한 가운데에 갖다 놓았다. 참말로 한송이 꽃(작약, 모란이라고도 함)이 이토록 온식구들의 마음을 또 표정들을 한곳에 모아 놓을 수 있다는게 신기 할 정도였다. 남편은 어제 오늘 열심히 작업하기 바쁘다.오랜만에 일걸이가 생겨 신바람이 나나부다. 작약 나무가 이렇듯 많을 줄이야. 스물 대여섯나무 가량 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 꽃을 피우지 않은 꽃망울들만도 스무개는 넘는 것 같다. 그 중에 대여섯 송이는 반쯤 피어서 방긋 웃고 있었다.나는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다, 이 많은 꽃 몽오리들이 머지않아 어느날 화들짝 한꺼번에 피어나면 그때는 파티를 해야지 하고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2015.08.05 06:56
꽃들의 화답/ 조현례
조회 수 1070 추천 수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