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화답/ 조현례

by 관리자 posted Aug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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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례/수필가, 아동작가>

 

분홍 작약 송이가 모처럼 일찍 일어난 오늘 아침 나를 오라고 손짓한다.

어머나 ! 어쩜 이처럼 소담하고 그윽한 꽃을 피우다니! 역시 너는 꽃중의 꽃이구나!”

작약 꽃은 온통 유리로 둘러 싸인 리빙룸 코너에서 다들 바라다 볼수 있는 곳에서 한껏 화려한 자태를 들어내 보이며 식구들의 환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식구들은 작년 가을 집에 이사와서 처음 보는 꽃이라서 모두모두 행복해서 작약의 아름다움을 저마다 마음 속으로 찬양하고 있다.  

다음 날에도 식구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꽃에게 아침 인사를 하려는지 창밖을 내다 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하루밤 사이에 꽃송이가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땅을 향해 고개를 떨구고 있는게 아닌가.

아쁠사!  남편은 철망을 사다 놓고도 미처 울타리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부랴부랴

창고에 드나들며 수선을 폈다. 그리고 작약 나무를 둘로 나누어 한아름이 되는 커다란 동아리를 무더기로 만들어  갈라 놓았다.  아빠가 작업을 하는 동안 아깝지만 고개를 떨구고 있는 송이 작약 꽃을 꺾어서 유리병에 꽂아서 식구들이 모이는 부엌 아일랜드 가운데에 갖다 놓았다. 참말로 한송이 꽃(작약, 모란이라고도 함) 이토록 온식구들의 마음을 표정들을 한곳에 모아 놓을 있다는게 신기 정도였다.

남편은 어제 오늘 열심히 작업하기 바쁘다.오랜만에 일걸이가 생겨 신바람이 나나부다.

작약 나무가 이렇듯 많을 줄이야. 스물 대여섯나무 가량 되는 같다. 아직까지 꽃을 피우지 않은 꽃망울들만도 스무개는 넘는 같다. 중에 대여섯 송이는 반쯤 피어서 방긋 웃고 있었다.나는 갑자기 부자가 느낌이다, 많은 몽오리들이 머지않아 어느날 화들짝 한꺼번에 피어나면 그때는 파티를 해야지 하고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작약 봉오리 타령하다가 어느새 여름 한철도 가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흐트러진 작약 나무들을 한데 모아서 남편이 다듬어 얼마 안가서 스무개가 훨씬 넘는 꽃들이 하늘을 향해 찬란한 화려함을 발하며 일제히 합창을 하는거였다. 그리고

옆에서 나도 질세라 하며 라일락 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피오니가 때쯤 라일락은 청춘이었다. 대학교 시절 라일락이 무렵엔’인가 하는 시가 유행이었다. 시를 외웠을 만큼 낭만적인 추억은 아니었지만. 지금 7월의 끝자락인데도 한창이니까 언제까지 하늘하늘 춤추는

생명을 연장할까 싶다.

 

처음 1956년에 집을 지은 사람이, 아니면 정원사를 시켜서 꽃나무들을 심었는지는 모르나 작약이 피기 훨씬 전에 집으로 들어오는 드라이브 웨이 입구에서 아름답게 활짝 피어 있는    아이리스(난)  뒷뜰의 연못가에 있는 아이리스는 이미 전성기를 보내고 시들러갈 무렵이었다.

초록의 숲으로 하늘을 덮을만큼 그늘 속에다 집을 지으면서 건축가는 그런 자연의 힘(원리) 이용할줄 알고 있었던것 같다. 하긴 이집 설계자가 유명한 프랭크 로이드의 수제자 였다니 스승인 작가 밑에서 배운 풍월만 해도 어디인가 싶다. 그가 닦은 지혜가 나는 우리집 꽃나무들의 피고지고 에서도 새록새록 느껴진다.

 

그러니까 봄부터 민초와 같은 개나리가 초여름의 서곡을 울리며 피기 시작해서부터 차례차례

그들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풍기며 결코 요란스럽지 않게 꽃나무들이 하나씩 마치 식구들인 처럼 찾아 들었다.

현관 널다란 언덕받이에 온통 초록빛 빛깔의 잎으로 깔아 놓은  아이비 속에서 어느날 빠꼼히 꽃한송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반가운 식구였다.  누굴까? 하고 가까이 가보니까 수선화였다. “ 여기서 혼자 외롭게 무얼 하는거니 ?”역시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랬더니 며칠 사이에 여기저기에서 마치 나도나도 한식구라고 웨치듯 많은 수선화들이 듬성 듬성 푸른 속에서 솟아 올라 왔다.

그런가 하면 옆으로 커다란 참나무 크기만한 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어났다. 잘은 모르지만 진달레나 나팔꽃보다 약간 작은 듯한 특색이 없는 꽃이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향기도 자극적이 아닐 뿐더러 그저 순결함을 말해 준다고 할까. 꽃을 피우지 못하는 꽃과 비교할수는 없다고 만큼 고귀하게 느껴진다. 꽃은 키가 커서 이층 딸애 창가에서 바람이 때면 무엇인가 속삭인다.

현관에서 왼쪽 서편에서는 역시 점잖게 침묵하듯 자목련이 본연의 우아함을 잃지 않고   찌감치에서 자신도 식구임을 말하는듯 하다.

현관 오른쪽으로 식구들이 드나들고 있는 뒷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대여섯개의 층계가 있고 위로는 등나무가 기어 올라가고  층계 옆에는 하스타( 나무) 연잎보다 조금 작은 널다란 이파리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7월이 되면서 가운데로 기린처럼 기다란 줄기가 뻗어  올라갔다. 줄기는 보통 30- 50센티미터 까지 뻗어 올라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짙은 하늘색 꽃이 줄기를 따라 열을 지어 다닥다닥 피기 시작했다. 한국 말로 꽃이름은 모르지만 영어로는 하스타라고 한다. 아마도 꽃꽂이 때엔 없어서는 안될 꽃이라고 생각한다. 꽃나무가 너무 무성해서 초봄에 남편이 뒷뜰로 모종을 심었는데 뒷뜰에서도 꽃이 지금 한창 만발 하고 있다.  뒷뜰에 있는 하스타는 작약과 똑같이 남편은 밤낮으로 사슴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있다.

우리 뒷뜰에는벚꽃이 그루 있는데 여름이 오기전에  빨리 피었다가 빨리 지고 가버렸으므로 하마터면 꽃들 식구중에서 빠뜨릴뻔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과 족보에 없는 화분 속의 꽃들은 꽃들의 화답’ 서열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우리 집은  야산에 지어 놓은 옛날식 허름한 주택인데 아름다운 꽃을 배치해서  심음으로써 화려한 장식을 해보려 했다기 보다는  야생적으로 꽃을 모습과  어울리게 심어  자연스런  미적 감각을 배려해서 디자인 했다고 소개하고 싶었을 뿐이다.

또한 꽃들의 화답’식구들은 우리가 무더운 여름 내내 어디론가 피서를 가지않고 녹음 속에 지어놓은 우리 집을 사랑하고 싶어 할때 그들도 동거동락하는 우리의 사랑하는 동반자라고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