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교수 / 전주 한일장신대> 미국 살 때는 한국에서 무슨 영화가 뜬다 하면 냉큼 달려가서 보고 페이스북에 자랑하는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오니 영화 보러 갈 시간이 없다. 방학 마지막 날, 한국 와서 처음으로 극장에 갔다. “암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결혼식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웨딩 드레스를 입은 안옥윤이 강인국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만주에서 온 언니는 왜 죽였습니까?” 라고 묻는 대목이었다. 강인국은 어리둥절해 한다. 여기서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 이런 말을 이 정도로 담담하게 할 수 있는 이라면 무슨 일이든 못하랴! 서늘한 카리스마다. 독립군 진지를 떠나오던 밤에 빨리 떠나자고 재촉하던 염석진을 설득해서, 기관총잡이 세 명만 잡고 가겠다고 하던 그 서늘함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냉정함이 최고의 스나이퍼를 만든다. 우리가 기대하던 카리스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