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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목사/에버그린 커뮤니티 교회>

 

          나는 가끔 아이들과 같이 쇼핑몰에 가곤 한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좀 쉬고 싶은 생각에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쇼핑몰 가운데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한다. 키가 나보다 훨씬 큰 사람, 머리색을 파랗게 물들인 사람, 유행의 첨단을 걷는 그런 희한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이런 모습들을 구경하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그런데,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여기는 미국이지. 내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지, 그리고 나는 한국 사람이지, 정말.” 아주 새삼스러운 생각이 든다. 미국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보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나도 미국사람인 줄로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내가 한국 사람이지 미국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나’에 대한 물음이 바로 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identity)에서 비롯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이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계속해서 살면서 미국이라는 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었지만 가끔은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고민한다. 이민자라면 그 누구도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갈등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1세들보다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자라난 우리들 자녀세대에게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이라는 혈통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지만 미국이라는 문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해서 배우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느 사회와 커뮤니티에 속해야 하는지, 또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곳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민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우리 같은 이민자들이 살아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미국 문화에 적응되고 동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린다. 그것도 한 일 이년이나 이 삼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세대에 걸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북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은 약 3-4세대에 걸쳐서 동화가 되고, 남 유럽인들은 약 4-5세대를 거쳐서 적응하게 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우리 아시안 들은 좀 더 다른 문화적 배경과 피부 색깔의 차이 때문에 좀 더 긴 세대에 걸쳐서 미국 사회에 적응하게 된다. 이러한 적응과 동화의 문제가 결국 우리들의 정체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어 늘 우리 삶을 갈등 속에서 살게 만드는 것이다. 쇼핑몰 한 가운데 앉아서, 많은 사람들 틈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어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누구인지, 또 내가 어느 문화에 속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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