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복권 한장

<장 열 / 기자>

 

정말 복권 한 장으로 행복을 샀는가. 사실 즐거운 상상 이면의 절망은 엄연한 현실이다.

한동안 '돈'에 온 미국이 마음을 빼앗겼다. 역사상 최고액 (16억 달러)을 찍었던 로토 열풍은 지난 13일 당첨자가 나오자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한번 뺏긴 마음은 쉽게 되찾기 힘들다.

가주의 당첨 티켓이 나온 치노힐스 지역 세븐일레븐 앞은 아직 사람들로 북적댄다. 또 한 번의 확률을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 심리다. 치노힐스 지역 주민 데니 조(32)씨는 "평소 차를 타고 지나다니는 편의점인데 거기서 당첨자가 나오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근데 뭐랄까… 행운을 그렇게 기대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곳을 볼 때마다 괜히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행은 인간 내면으로 무섭게 향한다. 그래서 두렵다. 깊숙이 스밀수록 갈망이 되고, 갈망은 허황으로 변질된다. 복권은 현실과 상상을 혼동시킨다. 이상 세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실은 더 암울하게 느껴진다.

카이저병원 수잔 정 박사 (정신과)는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뭔가를 통해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무의식 속에 기대를 하게 만들고 거기에는 실망이 남게 돼있다"며 "로토 열풍은 그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현실 세계에서 인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을 요행으로 컨트롤하려다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고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우려했다. 로토 열풍은 불안한 사회적 현실도 반영한다. 

유헌성 (UCLA 사회학)씨는 "젊은층이 희망을 갖는 게 점점 어려운 시대다. 세계 경제가 불안한 요즘은 사회적 생존이 자본의 소유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며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적 불안감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복권 구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종교도 '돈'을 경계한다.

유명 개신교 목회자인 존 파이퍼 목사는 "복권이 진정 용기를 주는가. 가난한 자에게는 오히려 헛된 꿈을 좇게 하는 덫"이라며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도박"이라고 말했다.

이미 신은 돈의 무서움을 언급했다.

성경은 돈을 좇는 이에게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간에게 재물은 신과 동급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섬뜩한 비유다. 지혜의 문학이라는 잠언에는 "가난하게도 말고, 부하게도 말고 오직 필요한 양식만 먹게 해달라"는 구절이 있다. 돈으로 인한 변질을 우려한 고백이다.

진정 복권 한 장이 가벼운가. 탐심이 배면 인간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 역시 복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