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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목사 / 에버그린커뮤니티교회>

 

중학교 2학년, 아니면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권투선수 중의 한사람이며 미국 복싱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최고의 프로 레슬링 선수 안토니오 이노끼의 세기적 대결이 있었다. 그것도 토요일 오후에 TV로 생중계 해 주었다.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흥행이었었다. 권투 선수와 레슬링 선수와의 어떻게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이상한 시합이었지만 나름대로 세상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빅 매치였었다.

 

중학생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그 시합이 너무 보고 싶어서 시합이 있던 날 학교에서 오전 내내 무슨 생각으로 공부를 했었는지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단지 수업이 끝나면 끝나는 즉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서 TV 앞에 앉을 궁리만 하였던 것이다. 왜 그리 시간은 더디 가는지 속이 다 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불이 나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학교와 집과의 거리는 버스로 약 40-50분 정도 걸렸고 버스 안에서 운전사 아저씨가 틀어준 라디오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들으면서 집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랬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중계는 잡음과 섞여서 잘 들리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잘 알아듣기 힘들었다. 지금 알리가 펀치를 날렸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노끼의 코브라 트위스트 같은 멋진 레슬링 기술이 들어갔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렵사리 집에 도착해서 TV 앞에 앉으니 벌써 게임은 12라운드의 경기가 거의 끝나버리고 말았다. 끄트머리를 조금 보고는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한참 나중에서야 재방송을 보면서 시합이 생각보다 별로 재미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노끼는 경기 내내 링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고 알리는 제대로 주먹을 날리지도 못했고 결국 이 시합은 무승부로 끝이 나버렸던 것이다

 

이제는 제 시간에 TV 앞에 꼭 앉아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TV에서 방영하는 수천가지의 프로그램들을 시청자의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소위 On-Demand라는 것이 생겨서 TV를 보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서 그 즉시로 내가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운동경기는 물론이고 드라마, , 영화, 음악, 아이들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송을 아무 때나 리모트 컨트롤을 몇 번만 눌러주면 그 즉시로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화장실에 가더라도 보고 있던 방송을 일단 정지해 놓을 수 있으며, 화면을 빨리, 혹은 뒤로 돌려서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케이블 회사에서는 “쇼를 보는데 당신의 시간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습니다. On Demand는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당신의 스케줄에 맞추어서 보다 나은 TV를 가져다줍니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만일 이런 서비스가 예전에도 있었다면 알리와 이노끼의 시합을 그렇게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아이들, 아니 2살짜리도 아이도 자기 입맛대로 TV를 시청하겠다는 데에 있다. 아무리 어려도 자기가 원하는 프로가 있어서 그것을 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면 얼른 On Demand 등을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프로를 그 즉시로 틀어주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엄마가 “아직 시간 안 됐어. 좀 기다려!” 한 마디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할 수 없이라도 기다려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울고 조르면 곧 원하는 것을 순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도 잘 안다. 그러지 않아도 무엇이든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그 즉시 해결되지 않으면 짜증을 내며 화를 내는 아이들인데 텔레비전마저도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기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자기 위주로, 내 맘대로, 내 편한 대로의 세상이 되어서 조금 참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참는 다는 것, 인내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가져야 할 최대의 미덕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 쉬운 것처럼 보여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인내일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하는 데는 인내가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일, 힘든 일에는 철저하게 자기 노력과 자신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힘든 일일 수록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틀림없이 따라오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인내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승리의 참 맛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숨도 쉴 겨를 없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다보면 참는다는 것, 인내라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를 갖지 못하게 된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모든 사람의 왕이 되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해주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리고, 모든 일을 참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만 하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면 그 아이의 장래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주위의 많은 아이들이 예전의 아이들에 비해서 많이 똑똑해지고 영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참을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그런 인내의 미덕을 갖춘 아이들은 별로 없다. 설령 부모가 조금 싫은 소리를 한다 하더라도 부모의 말을 끝까지 듣는 인내가 필요할 것이며,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과목이라도 해야 되면 끝까지 해야 되고, 또 여러 가지 유혹이 되는 것들이 있어도 하지 말아야 훌륭한 학생이 될 것이다.

 

우리들의 자녀가 우리 눈에 아직 어리게 보이던 아니면 다 컸다고 생각이 들던 간에 인내심이 있는 아이들로 자라도록 부모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부모가 규율을 만들어서 우리들의 자녀들이 저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지 않도록, 그야말로 저 밖에 모르는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양육해야 한다. 자기가 듣기 싫은 말은 절대로 듣지 않으려 하며, 먹기 싫다고 이것저것 고르면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을 가려 먹고, 힘들다고 포기하고, 학교에서 내 주는 숙제도 하기 싫다고 집어 던지고, 남이 하는 기분 나쁜 소리에 한 순간도 참지 못하고 화를 버럭 내는 그런 나약한 아이들로 키우며, 아이들에게 항상 절절매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다 들어주는 부모가 된다면, 분명히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지금 아이들 성화가 힘들겠지만 부모도 함께 인내심을 가지고 인내가 미덕임을 가르친다면 건강하고 성숙한 자녀들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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