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9 19:52

장의사의 설교

조회 수 10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의사의 설교 (276x183).jpg

 

<이효섭 / 장의사>

 

갓난아이가 첫발을 뗴면 부모나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움으로 축하하며 흥분의 여운이 며칠 가듯, 제가 계획에 없는 설교 (?)를 난생 처음 하고 혼자 간직하는 흥분을 여러분과 나누어 봅니다.

 

며칠전 제가 인도한 미국인의 장례 때 일입니다. 데스플레인 (시카고 서북 교외, 제가 일하는 지역)에서 태어나고 장성한 후 일리노이주의 최남단, 강 건너면 캔터키인 조그맣고  평온한 농촌 (Metropolis)에서 사오십 년을 사신 팔십 세 중반의 노인이 농촌 집에서 돌아 가셨습니다. 생활하고 살던 그 마을에서 장례를 치르고  사백 마일이나 뗠어진 이 동네  데스플레인 공원 묘지에 그분을 안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가족 묘지가 이곳에 있었나 봅니다.

 

하얀 머리의 전형적인 미국인 할아버지였습니다. 살아오신 그 농촌에서 장례 예식을 다 행하였기에 여기에서는 친가족들과 소수의 어릴 적 지인들만이 조문한다고 하여 일정을 간단히 준비하였습니다. 잠시의 조문 시간동안 아들 한 분이 추모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묘지에서는 어떤 예식도 없이 하관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 묘지로 출발하기 직전 부인 할머니께서 하관하기 전에 잠시 말씀을 전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였습니다. 마음이 허전하셨나 봅니다.

 

하관 예식은 거의 다 신부님이나 목사 종교 지도자가 인도하지요. 교회나 성당이나, 돌아가신 분이 속한 종교 기관이 없으면 장의사가 인도할 수도 있지만 그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갑작스런 할머니의 요구에 저는 적지 않게 당황이 되었습니다.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 늘 보아왔지만 막상 해보려니 여태 한 번도 안해 본 설교를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 난감하였습니다.

 

그래서 천주교 예식 책을 가지고 가서 읽기로 마음먹고 예식 책을 가지고 갔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예식 책에 있는 여러 기도문 중  하나를 읽고 식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 가면서 책을 훑어 보았지만 그 기도문을 읽기도 힘들고, 어설프게 읽기라도 하면, 한국 표현에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도 될까봐, 곧 저는 저의 평소의 생각을 전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묘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이 관 둘레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저를 보고 기다렸습니다. 제가 빈 손이면 허전할 것 같아 갖고 간 예식서를 손에 들고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As we all know passing (death) is nothing but a separation of spirit from the body. Mr. Colbourne’s passing means his sprit has left his body and it has returned home. We all are being comforted by the assurance that his spirit is with our Lord Jesus Christ in heaven.


Now we are gathered here to bury his remaining because our body is from earth and goes back to earth. May I say that his spirit is not only in heaven but also it is in each of your heart?  Yes, he has left his sprit in you.  If you think he is dead and gone and do not remember him because you bury him now, he really become dead. But if you carry on his sprit in your life, he will never die. We all know our Lord Jesus Christ lived and died on the cross two thousand years ago, but is he really dead? No, He is not. He is still alive and we believe in it.  We remember Him, we remember what He had taught us and we are trying to live accordingly. What it means is we are carrying on His spirit alive.


It is same to Mr. Colbourne.  What you need to do is remember him and carry on his spirit in your life. And then he never dies. I believe he will continuously look you down from heaven and will appreciate you and will be happy for your remembering of him. You bury him here and returning to your home will not be easy. So I humbly ask our God to comfort you and be with you all!


Shall we close this service by praying with our Lord has thought us?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hollowed be thy name thy kingdom come thy wilt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 A-men”

 

우리 모두 알듯이 죽음은 육신과 영혼의 분리입니다. 콜본씨의  죽음도 그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서 본향으로 돌아 가셨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구주되시는 예수님과 함께 있음을 확신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그가 남기고 간 육신을 안장하려고 여기 모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육신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콜본씨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계실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가슴에 있다고 말해도 될까요? 사실 그렇습니다.  그는 그의 영혼을 여러분의 가슴에 남겨두고 가셨습니다. 만약 여러분께서 콜본씨께서 돌아가셨고 지금 여기에 묻기에 더이상 기억을 하지 않으신다면 진정으로 죽게 되십니다. 그러나 여러분께서 그의 정신을 여러분의 삶 속에서 이어 가신다면 그분은 결코 죽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구주되시는 예수님은 이천년전에 오셨다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면 그는 정말 죽으셨나요? 아닙니다. 예수님은 살아계시고 우리는 그 사실을 믿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기억하고 그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그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살아계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콜본씨에게도 동일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하실 일은 그를 기억하고 그의 정신을 여러분의 삶 속에서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의 영혼은 결코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하늘에서 여러분을 내려다 보시면서 여러분께 감사하고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사별은 힘듭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위로해  주시고 동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같이하며 예식을 마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아멘


기도를 마친 후 한사람씩 장미를 헌화하였습니다. 그동안 부인 할머니께서는 추운 날씨에 떨면서 저를 쳐다보고 제가 하는 말을 듣고 계셨습니다. 그 할머니는 이 동양사람 장의사가 무슨 말을 할려나 궁금해 하셨을까요?

하관 예식은 어려움 없이 잘 마쳤습니다. 저는 유가족과 조객들이 가신 후에 묘지 인부들이 관을 내리고 흙을 다 메울 때까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딸과 한 조객이 저에게 돌아 왔습니다.


“Thank you. It was very well said. (말씀을 잘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라고 저에게 인사하고 갔습니다.


이것이 장의사의 설교였습니다. 사십년 이상을 미국에서 미국 시민으로 살았지만 완전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여 항상 불안한데 짧은 영어 (Broken English)를 가지고 위와 같이 엉겹결에 처음 말씀을 전해 보았습니다. 그것도 한국분들이 아닌 현지인들에게. 장례 양식서를 읽는 것보다는 살아 있는 말씀 증거가 되기를 바라는 저의 마음이였으며, 그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 상황을 생각하면 하관의 모습이 영상이 돌아가듯 눈에 선 합니다. 그리고 그 때의 흥분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할렐루야!

 

 

 

 

 

 


  1. 하재원의 경제칼럼- 효과적인 저축을 위해 점검사항

    <하재원 / 공인재정 투자 상담가> 새해를 맞이한 지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는 이른 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물쩡 하다보면 새해가 곧 헌해가 되어버리기 일쑤이고 이러다 보면 젊은 날도 금새 지나가서 인생무상함을 노래하게 됩...
    Date2016.03.30 By관리자 Views1430
    Read More
  2. 장례칼럼-아십니까?

    <이효섭 / 장의사> 아십니까? 여자의 평균 수명이 남자보다 7년정도 더 길다는 것을. 저의 아내가 저보다 3살 아래이기에 통계로 본다면 제가 가고 10년은 더 살 것이랍니다. 아십니까? 노인 시설에 가보면 거주인의 80-90 퍼센트가 할머니들인 것을. 이 사실...
    Date2016.03.02 By관리자 Views956
    Read More
  3. 장의사의 설교

    <이효섭 / 장의사> 갓난아이가 첫발을 뗴면 부모나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움으로 축하하며 흥분의 여운이 며칠 가듯, 제가 계획에 없는 설교 (?)를 난생 처음 하고 혼자 간직하는 흥분을 여러분과 나누어 봅니다. 며칠전 제가 인도한 미국인의 장례 때 일입니...
    Date2016.01.29 By관리자 Views1041
    Read More
  4. 무거운 복권 한장

    <장 열 / 기자> 정말 복권 한 장으로 행복을 샀는가. 사실 즐거운 상상 이면의 절망은 엄연한 현실이다. 한동안 '돈'에 온 미국이 마음을 빼앗겼다. 역사상 최고액 (16억 달러)을 찍었던 로토 열풍은 지난 13일 당첨자가 나오자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한번 뺏...
    Date2016.01.20 By관리자 Views1109
    Read More
  5. 장의사의 사랑론

    <이효섭 / 장의사>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듣습니다. 특별히 성경 속에 고린도전서라는 책 13장에는 사랑의 특성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
    Date2015.12.11 By관리자 Views1277
    Read More
  6. 하재원의 경제칼럼-누가 진정한 돈의 노예인가?

    <하재원 공인재정 상담가>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을 말할 때 흔히 구두쇠를 떠올립니다. 천정에 걸어 놓은 굴비를 밥 한술에 단 한번만 쳐다보라는 자린고비 이야기도 있고, 그보다 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가 쓴 ‘크리마스 캐롤’에 ...
    Date2015.11.22 By관리자 Views1338
    Read More
  7. 장례상식-유대인의 장례 방법

    <이효섭 / 장의사> 죽음은 예고없이 임하기에 한 생을 향유하고 담담히 맞으시는 분도 계시지만 아직도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기에 당황 속에 하는 수없이 받아드려야만 하는 분도 많으십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긴 병으로 가정의 경제력이 다 소비하게 되...
    Date2015.11.06 By관리자 Views3430
    Read More
  8. 장례상식-장례비

    <이효섭 / 장의사> 지금의 장례비를 아십니까? 많은 분들이 모르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집안에서 장례를 치른 가족도 장례를 주관하신 가족 몇 분만 알고 나머지 가족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 하기도 합니다. 그...
    Date2015.09.29 By관리자 Views1505
    Read More
  9. 종교는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

    <장열 / 기자> 내년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점점 흥미진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수가 많다. 그 중에는 '종교'도 있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인식이 오랜 시간 뿌리 내렸다. 물론 오늘날 기독교는 감소 추세이...
    Date2015.08.29 By관리자 Views1378
    Read More
  10. 우울증과 자진

    <이효섭/장의사> 제가 지난 2년 반동안 매달 한편 이상 짧은 글을 써 왔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들을 보고 주검을 만지며 장례를 인도해야 하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깨우침을 얻고 은혜를 받습니다. 그래서 죽음이란 바위 뒤에 숨어서 구경만 할 남의 ...
    Date2015.08.17 By관리자 Views1324
    Read More
  11. 내가 죽거든

    <이효섭/장의사> 안녕하세요. TGIF- Thank God It’s Friday. 입니다.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은 금요일을 기다리죠. 오늘이 금요일 입니다. 이 방송을 듣는 모든 청취자들께서도 좋은 주말 보내시기 마랍니다. 오늘 이 방송시간 오 분을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Date2015.07.08 By관리자 Views1382
    Read More
  12. The Most Admired Man: Billy Graham

    <강수원 권사 / 베들레헴교회> 20세기 최고의 복음 전도자로 추앙받는 96세의 Billy Graham 목사가 2014 년도”The Most Admired Man List” (가장 존경하는 남성인물) 에 4 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빌리 그라함 목사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남성 최상...
    Date2015.06.24 By관리자 Views1513
    Read More
  13. 장례상식-장의사의 찬송가 견해

    <이효섭 / 장의사> 예배에서 찬송의 중요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나 자신의 신앙을 개인적인 기도로 고백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고백을 곡에 붙여 만들어진 노래를 부르는 것이 찬송입니다. 곡 속에 녹아있는 작곡자와 작사자의 고백이 부...
    Date2015.06.14 By관리자 Views2606
    Read More
  14. 하재원의 경제칼럼:눈에 띄지 않고 성장하는 것 – 나무, 아이들 그리고 저축

    <하재원ChFC, CRPS / 공인재정투자상담가> 지난 주간에 뒷마당과 앞뜰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이사온 지도 벌써 14년이 되었습니다. 이사를 오기 위하여 집을 고를때 가장 우선 적인 기준은 역시 학군이었...
    Date2015.05.14 By관리자 Views2537
    Read More
  15. 찬송가 "오 신실하신 주" : Morning by morning

    <이효섭 / 장의사> 오 신실하신 주 내 아버지여 늘 함께 계시니 두렴없네 그 사랑 변찮고 날 지키시며 어제나 오늘이 한결 같네 오 신실하신 주 오 신실하신 주 날마다 자비를 베푸시며 일용할 모든 것 내려주시니 오 신실하신 주 나의 구주. 일절만 보았습니...
    Date2015.04.24 By관리자 Views2615
    Read More
  16. 경제칼럼-자영업 VS 직장생활

    <하재원 /공인재정 투자 상담가> 대다수의 이민자 그룹이 그렇듯이 우리 한인 동포사회도 자영업을 기반으로 생활을 하는 비율이 주류 사회 보다는 상당히 높습니다. 시카고 동포 사회도 예외는 아니여서 여러가지 조사에 따르면 평균 4가정중 1 가정은 자영...
    Date2015.04.13 By관리자 Views2097
    Read More
  17. 장례상식-장의사가 듣는 세 십자가의 밀담

    <이효섭 / 장의사> 부활 주일을 앞 두고 한 주 동안 저의 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드리던 중,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가상 칠언을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누가복음 23장 39-43절을 중심으로 목사님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말씀을 듣고 혼자 생각도 해 보았...
    Date2015.04.10 By관리자 Views1629
    Read More
  18. 이민법 칼럼-케네디와 오바마, 그리고 50년

    <김영언 / 변호사>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제도가 굳게 자리잡은 미국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가치를 따르는 민주당 출신중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John F. Kennedy 를 많이 꼽습니다. 현재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가 재선까지도 성공했지만 인기나 업무수행...
    Date2015.04.06 By관리자 Views1643
    Read More
  19. 장례상식: 양로원

    <이효섭 /장의사> 양로원이 어떤 곳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젊어서는 거의 가보지 않지요. 교회에서 절기를 맞아 방문행사를 하면 단체로 가보거나 하지만, 개인적으로 연고자가 계시지 않는 한 개인적으로 가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 70...
    Date2015.03.26 By관리자 Views4048
    Read More
  20. 시카고 시장 선거를 앞두고

    <강수원 권사 / 베들레헴교회> 지난 2월 24일은 시카고 시장을 선출하는 날이었습니다. 시장선거는 대통령이나 주지사 선거때와는 달리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정당 대표로 후보자가 출마하지않고, 대신 최소한 12,500 명의 시카고 투표등록자의 서명을 받아 출...
    Date2015.03.20 By관리자 Views187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