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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 장로/ 전 교수

 

인간이 획을 그어 놓은 일 년, 2019년이 지나갔다. 2019년 나는, 다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의 손길이 멀게만 느껴져서 많이 힘들었다.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나인데, “하나님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지?”라고 수없이 물었다. 하나님은 저 높고 높은 하늘에서 이 땅을 내려다보기만 하신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어 주기도문의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부분은 건성 건성 넘어가곤 했다.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 미국 사회를 보며 괴로웠고, 이 모든 것에 무덤덤, 무기력해지는 나와 내 주위를 보며 낙담의 시간이 길어져 갔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아닐 텐데달리 방도가 없어 열심히 말씀을 뒤척였다. ‘크로노스를 살아가는 저의 일상에서 카이로스를 조금이라도 느껴 감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일년 내내 신명기에 매달렸고 마가복음을 파고 들었다.

 

그렇다고, 2019년 내내 깜깜했던 것은 아니다. 동굴에 숨어있는 호렙산의 엘리야에게 왜 그러고 있어? 동굴 밖으로 나와 나를 만나!’ 하시며 미세한 음성으로 엘리야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을 잠시나마 만나기도 했고 (왕상 19), 베데스다 연못에 38년간 오지도 않을 행운(?)을 기다리며 그저 주저앉아만 있던 병자에게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야! ‘진심으로 네가 낫고자 하느냐?’ 그럼, ‘일어나라! 자리를 들고 (이곳을 떠나) 걸어가라’ (5: 1-9)”고 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의 순간들은 짧았고, 나의 일상이 너무 평범하고 초라해 보여 낙담했다.  그리고 낙망의 시간은 길었다. 조울증 환자도 아닌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예상치도 못하게 마가복음 11:1-10에서 스가랴 9장 말씀이 떠오르면서 “Eureka!” 하게 되었다.

잘 아는 대로, 마가복음 11장에서부터 수난에서 십자가 처형, 그리고 부활에 이르는 예수의 예루살렘 사역이 펼쳐진다. 그 시작이 예루살렘 입성이다.  예수님은 입성 준비를 이렇게 하신다. “저희가 예루살렘 가까이 와서 감람산 벳바게와 베다니에 이르렀을 때에 ”… 예수는 두 제자에게 건너편 마을로 가서 아직 아무도 태우지 않은 나귀 새끼를 데려오라하신다. “왜 가져가느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주께서 쓰시겠다하라면서.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새끼 나귀의 주인은 순순히 나귀를 내어준다. 제자들은 끌고 온 나귀 새끼에 자신들의 겉옷을 걸치고 예수를 태운다. 그리고, ‘호산나로 화답하는 많은 무리와 함께 이스라엘 정치, 종교의 본거지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성경 본문을 읽으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본문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동시에 본문을 드라마로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마가복음의 저자가 연출한 마가복음 11: 1-10의 예루살렘 입성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또한,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그린 그림은 가볍고 밝은 색채의, 그러나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줄까? 아니면, 앞으로 닥쳐올 일들로 인해 저 멀리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을까? 먹구름이 손바닥만 했다면 사람들은 몰랐을지라도 예수님은 그 먹구름을 보셨을까? 앞으로 있을 험난한 길로 인해 무리들의 호산나!” 환호소리가 들리기는 하셨을까?  새끼 나귀를 탄 청년 예수의 발이 땅에 닿지는 않았을까? 이런 상상의 나래들을 펼쳐본다.

 

우선, 감람산, 벳바게, 베다니 위치를 이문범 목사의 성경지리시간에 받았던 예루살렘 지도에서 찾아 보았다. 십자가 처형 장소인 골고다와는 정반대 방향이지만 예루살렘성과는 참 가깝다.  그 가까운 거리를 많은 무리에 둘러싸여 새끼 나귀를 타고 입성하니, 이 예루살렘 입성이 코믹한 드라마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어떤 주석자들의 의견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혹시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보았던 성전 지도자들은 스가랴 9:9 말씀을 상기하며 떨었을까?  아니면, “이건 또 뭐야? Take him out!” 했을 까?

 

그런데, 이번에 나는, (앞으로 올 메시야를 예언한) 스가랴 9:9에서 구원을 베풀 왕을 묘사한 하나님의 약속을 읽게 되었다. 그렇구나! 짜고 치는 고스톱같이 보였던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준비 지시가 사실은 몇 백년이 지났더라도 틀림없이 성취시키시는 하나님의 약속을 보여주기 위한 예수님의 드라마의  장치이며, 소품이었구나 싶었다. “하나님 아버지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는 분인 걸 너는 믿느냐?  믿는 다면 일어나야지!”하시는 음성을 들으니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몰랐다.

 

그리고,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드라마의 조연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엉겁결에 예수를 등에 태웠던 새끼 나귀에게 이때에 예수를 태운 것은 특별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앞으로 있을 평범한 일상으로 여겨졌을까? 황당하다 싶은 예수의 지시를 군말없이 따랐던 제자들은 어떠했을까? “과연, 우리 스승님!” 하며 우쭐했을까? 그들은 스가랴 말씀을 기억이나 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가롯 유다같이 이건 우리를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시킬 메시아의 모습은 아니야!”라고 했을까?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들어갔던 많은 무리들은 새끼 나귀를 탄 예수의 모습에서 무엇을 보고 기뻐했을까? 분명 그들이 학수고대하던 메시아는 로마와 성전 지도자들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실 분이었을텐데, 어찌 새끼 나귀를 탄 예수를 진정으로 메시아로 받아 들였단 말인가? 견고한 예루살렘 성을 보고 주눅이 들지는 않았을까? 혹시라도 갈릴리와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오는 길에서 행한 예수의 이적들을 보면서 생긴 희망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붙들었을 까?  이 모든 이들의 착잡하고 때론 헷갈린 마음 상태에 내가 그대로 대입되어 지면서 이들이 (새끼 나귀를 포함하여) 이때의 자신들의 행동이 성경에 기록될 것이고 몇 천년을 두고 회자되리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싶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약속하신 메시아로서 종교의 본거지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며,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뤄짐을 보여주시는 예수의 사역에 이 모든 이들이 쓰여졌구나, 달리 표현하면, 예수님도 이들이 필요하셨구나, 평범한 우리의 일상도 이렇게 쓰시겠구나 싶었다.  

 

이 모든 조연들 중에서 나는 새끼 나귀가 가장 되고 싶다. 사람을 태우는 것은 평범한 일상인데, 감사하게도 예수를 태우고 입성하여 스가랴 9:9의 하나님 약속 성취에 큰 몫을 하였으니까. 게다가 새끼 나귀는 자신의 일상이 이렇게 사용되어졌다는 것도 몰랐으니까. 나의 일상에서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 아버지는 약속을 반드시 이루신다는 것을 믿고. 주저앉지 않는 삶이 되게 힘 주세요.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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