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파로스 등대 꼭대기에 횃불과 거울이 설치되나 보다. 앞으로 지중해로 오가는 대형상선들이 그 빛에 의지하여 나일강 하구에서 안전한 항해를 할 것이라는 관제소문이 돌고 있다. 눈부시게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제국 전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을 자랑하는데 가이사르가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로마는 속주 신민들의 마음을 뛰어난 공공건축으로 얻어내고 있지 않은가.
제국의 반대편 이집트 파로스섬에 어른 100명을 쌓은 높이의 등대가 설치된 것이 어언 300년전이다. 사람들은 이 건축물을 가능케 한 것은 인간이 아닌 오로지 신의 능력이라며 기이한 성취를 찬탄하고 있다. 불가사의.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수도 없는 일. 그 단어를 써가며.
(저자주: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는 BC 3세기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섬에 세워진 거대 건축물이며 모든 등대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허나 요즘 나에게 불가사의는 그 등대가 아니다. 정말로 믿기 어려운 일은, 신이 인간을 사랑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와 살다가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는 시리아 속주 변방에서 들려오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이다. 예수의 수제자이자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 베드로는 예수가 부활 후 갈릴리 호숫가에서 생선을 구워주던 날, 그가 그냥 뛰어난 인간이 아니라 정말로 신의 아들이자 또한 신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디 베드로뿐인가. 오합지졸 같던 예수의 많아봐야 100명도 되지 않던 제자들이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 목숨을 걸고 여기 제국의 심장에까지 오게 만드는 기이한 확신을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다.
신이 파로스의 등대 같은 능력을 보여주지 않고 죽음으로 인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이 기이한 이야기. 신은 도대체 왜 이런 어리석은 방법을 택하였는가. 그런데 어떻게 이 불가사의한 사랑이야기가 로마제국의 하층민 사이에 마른철에 불길같이 퍼져 나가고 있는가.